1954년 스위스월드컵, 1986년 멕시코, 1990년 이탈리아, 1994년 미국, 1998년 프랑스 대회에 이어 2002년 한·일월드컵 등 한국은 월드컵축구대회 연속 5회 출전에 통산 6회 출전국이다. 출전횟수로 치면 제법 축구강국이다. 하지만 그 많은 조별 리그전에서 단 한번도 이겨본 경기가 없다. 시련치곤 가혹한 것이었으나 그때마다 경험축적으로 자위하곤 하였다. 내년 대회 역시 숙원의 16강진출이 무척 험난하다. 도박사들은 한국이 포르투갈 폴란드 미국이 도사린 D조에서 16강에 오르면 이변으로 점치고 있다.
1966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북한이 16강 진출에 이어 개최국인 이탈리아를 누르고 8강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켜 이탈리아 내각이 총사퇴하는 소동을 빚었다. 대회에는 으레 이변이 있다. 축구대회는 특히 더 그러하다. 공은 둥굴고 차면 굴러가기 때문이다. 한국월드컵대표팀은 이제 배수의 진을 치고 주눅들지 않는 최선의 경기를 치를 팀워크와 정신무장을 다져야 한다. 이변을 창출해 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긴 하나, 시련은 여전하여 대진 추첨운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일본이 속한 H조나 중국이 든 C조에만 속해도 좀 나을 법한데 이건 폴란드와의 첫 경기(6월4일·부산) 부터가 된통 걸렸다. 폴란드는 4강을 노리고 포르투갈은 우승후보며 미국은 1994년대회 16강 진출국이다. 추첨운이 없기로는 지역사회의 중국관광객 유치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월드컵사상 첫 본선에 진출한 중국은 10만명 가량이 경기관람에 나설 것으로 이미 전해졌다. 기왕이면 중국과 가까운 인천 수원에 중국의 경기가 배정됐으면 좋으련만 서울 광주 서귀포 등지로 배정됐다. 중국관광객 특수 기대가 무산된 것 역시 추첨불운이다.
부산서 가진 2002년월드컵 축구대회 조편성 추첨은 이처럼 국가대표팀 대진운이나 지역사회의 관광객 유치에 비록 좋지않은 결과를 가져왔지만 추첨운만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제 얼마남지 않은 금세기 최초의 월드컵 축구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하는 마지막 전력투구가 있어야 한다. 극복해 내는 시련은 모질수록 그 결과가 값지다. 정주영씨는 생전에 ‘시련은 있어도 좌절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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