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만들기

일본 사람들은 2차대전 때 많은 전쟁영웅을 만들어 냈다. 그 가운데는 가토 조도헤이(상등병)의 영웅담이 있다. 그들은 일본과 조선은 하나라는 식민지 정책의 내선일체(內鮮一體) 구호를 구현하는 방안으로 징병해간 조선사람을 대상으로도 전쟁영웅을 만들었다. 리진샤쿠(이증석) 잇도헤이(일등병)가 그같은 예다. 부상한 몸으로 숱한 미군을 삼대처럼 쏘거나 찔러 넘어뜨려 작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장렬히 전사했다는 내용이다. 사실을 침소봉대한 턱없는 과장이지만 병사의 영웅담은 흔히 있는 장군의 영웅담과는 또 달라서 대중에게 더 친근감 있게 다가서는 심리적 마력을 일본 군벌들은 이용했던 것이다.

중국은 지난 4월 중·미간의 비행기 공중 충돌에서 실종된 중국 전투기 조종사 왕웨이(王偉)를 영웅으로 만들었다. 효성이 지극했으며 공부를 열심히 했고 국가보위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는 영웅담 선전을 대대적으로 벌이면서 ‘왕을 따라 배우자’는 캠페인을 거국적으로 전개했다. 여섯살난 아들에겐 학비와 생활비 전액을 지급, ‘영웅의 아들이 조국 건설에 앞장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대결구도에서 국민감정의 구심점으로 삼기 위해 왕웨이를 영웅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미국은 최근 탈레반 포로 폭동과정서 숨진 CIA요원 조니 마이클 스팬을 전쟁영웅으로 만들었다. 미 주요 신문과 방송은 그의 집, 그리고 맏딸 앨리슨이 슬픔에 겨워 결석한 초등학교의 빈 의자를 보도하는등 스팬의 죽음을 영웅담으로 각색하여 국민정서를 자극했다. 그의 아버지는 텔레비전에서 “아들은 나의 영웅”이라고 말하고 고향인 앨라배마주에서는 조기를 게양했다.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애통한 일”이라고 말하고 부시 미국대통령은 “스팬의 죽음은 또 다른 영웅의 탄생이 될 것”이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당초엔 CIA요원 피살설을 부인하던 미 행정부가 아프간공격 7주만에 첫 전사자로 군인이 아닌 CIA요원으로 발표하면서 영웅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왜 거기에 있다가 죽었는지에 대해선 일체 밝히지 않고 있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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