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주체는 두 말할 나위 없이 주부다. 남편의 아내가, 자녀들의 어머니인 주부가 가정의 중심에 있어야 한 가족은 물론 사회와 국가의 평화가 유지된다. 그런데 전국에서 매월 1천여명의 주부들이 가출하고 있는 것으로 공식집계됐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더구나 남성 가장들의 가출도 주부 가출 숫자에 육박, 성인 가출자수가 미성년자 가출자수를 2배 이상 크게 웃돌고 있다고 하니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어지러워지고 있는지 서글퍼진다. 특히 주부 가출은 과거 10대 청소년이나 성인남자 가출과 달리 대부분 ‘가정파괴’로 직결된다는 면에서 실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주부들의 가출이유가 남편의 실직과 부도로 인한 생활고, 남편의 폭력 및 시댁과의 갈등 등 가정불화가 대부분이지만 주부의 탈선 경우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어둡게 한다.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경찰에 신고된 가출자 중 20세 이상의 성인 3천888명(25.1%)이 주부이고 전체 성인 여성 가출자 중 주부가 차지하는 비율은 41.2%라는 것이다. 이 수치가 최근 4개월 간의 자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인가출자 4명 중 1명은 주부인 셈이다. 신고안된 수치까지 더 하면 실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문제는 가출 신고된 주부들을 막상 찾아내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집을 나온 주부들이 과거와는 달리 귀가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만큼의 경제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 가장의 가출은 더욱 무책임한 노릇이지만 주부들의 가출이 장기화되면 끝내 가정 해체로 이어져 이산가족이 늘어나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야기된다. 주부가출을 막기 위한 대책은 과연 무엇인가. 여성의 유휴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과 봉사활동 분야가 다양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인종만을 미덕이라고 강조하는 남성 중심· 남성우월만을 앞세우는 전통적인 가족 개념도 변화해야할 때라고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려울 때 합심하고 서로 격려하는 가정윤리를 가족 모두가 지키는 생활철학이다. 가장이건, 주부이건 성인 가출자가 증가하는 현실이 통탄스럽다.
/청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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