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안 어쩔건가

정기국회는 예산국회다. 새해 정부예산안을 제대로 심의하는데 그만큼 심혈을 쏟아야 하는 점에서 예산국회라고들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정기국회 예산안의 심의의결도 또 법정기일인 지난 2일을 넘겼다. 그리고 오늘 폐회한다.

정치권이 신승남 검찰총장 탄핵공방으로 정기국회를 마치는 것은 유감이다. 탄핵발의안은 오늘 가결되든 부결되든 아니면 폐기되든 정국경색은 심화할 전망이다. 지금 같아서는 112조5천800억원 규모의 예산안이 언제 처리될지 암담하다. 국회는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조차 의석비율대로 주장하는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구성이 공전됐다. 또 소위가 구성되더라도 증감규모를 놓고 여야간의 이견 격차가 커 난항이 예상된다. 여당은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내년도 5% 이상의 경제성장률 목표달성이 가능하다’며 사회간접자본 투자확대를 통한 경기활성화,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 출범을 앞둔 농어민 지원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비해 야당은 경직성 경비 증가분, 국채이자등 과다 계상분, 민간보조금등 이전성 경비, 과잉홍보 예산, 국정원 및 검찰의 특수 활동비 등을 일부 삭감하고 전주 신공항사업, 새만금사업, 전남도청 이전사업 등 예산은 전액삭감 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에 따른 수치 차이가 여당은 5조원가량 늘려야 한다는데 반해 야당은 6조원이상 삭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 무려 10조원을 웃돈다. 물론 여야의 그같은 견해 차이가 나쁘다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예산안 심의가 부실하고 처리가 늦어진데 있다.

정치권은 정기국회에서의 예산안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2주정도의 임시국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나라당측은 민주당이 “탄핵안 표결에 편법을 쓰면 국회운영이 와해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 만약의 경우엔 임시국회가 열려도 예산안 심의는 여전히 공전될 것이 우려된다 ‘회계년도 30일 이전의 예산안 의결 및 정부동의 없는 지출예산 각 항의 증액과 새 비목 설치금지’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항이다. 헌법기관인 국회가 헌법사항을 위반하길 예사로 아는 것은 중차대한 인식의 흠결이다. 정국이 정상화돼야 하는 것은 두말 할 것 없지만 탄핵정국의 불꽃이 어디로 어떻게 튀든 그것이 여야가 선택하는 정치적 자유라면 그들의 책임에 맡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예산안 처리는 그렇지 않다. 예산안의 성의있는 심의처리는 탄핵문제와는 별개다. 정치적 자유가 허용되지 않은 정치권의 긴박한 소임이란 사실을 여야 모두에게 일깨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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