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어 놓은 양철통 위에 있는 강아지가 드럼 치는 소리만 나면 신나게 앞발 뒷발을 들었다 내렸다 하는 ‘강아지춤’이 서커스단에서 관객들의 인기를 모은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그 엎어 놓은 양철통 속에 불 붙은 석탄덩어리를 넣었다는 것이었다. 차가웠던 양철통이 서서히 뜨거워지는데 강아지가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그때 마침 인간이 드럼을 친다. 발바닥이 뜨거워진 강아지가 드럼소리에 맞춰 신이 나서 춤추는 듯이 네 발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그런 사실도 모르고 구경꾼들은 웃으며 박수를 친다.
지난 1일 환경운동연합이 개최한 ‘다시 보는 동물원 사진전’에서도 동물들의 참혹한 사육환경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중앙 아프리카 콩고강 유역 밀림의 부드러운 흙에서 살다 온 로랜드 고릴라는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에서 살다보니 상처로 발가락이 썩어 2개가 잘려 나갔다. 수의사들이 분명히 있을텐데 발톱 대부분이 빠져버린 상태다. 이 고릴라는 세계적 멸종위기 동물로 마리당 10억원을 호가하는 서울대공원에서 가장 비싼 동물이다. 해양동물 잔점박이 물범은 공원측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바닷물 대신 지하수를 공급하는 바람에 면역·저항력이 약해져 안구가 파열됐다. 가끔 떠오는 바닷물 비용이 얼마나 들겠는가. 울창한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오랑우탄은 우리에 나무가 한 그루도
없어 햇볕을 피할 공간조차 없는 실정이며, 초원을 달리던 타조는 좁은 공간에 갇혀 관람객들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로 깃털이 다 뽑혀져 흉측한 통닭 모습으로 변했다. 사슴의 경우 가로 20m 세로 30m의 비좁고 비위생적인 공간에 무려 70여마리가 한꺼번에 사육돼 있다. 가장 관리가 잘 된다는 서울대공원이 이 지경이니 다른 동물원들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인간의 볼거리를 위해 동물들이 지옥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통받는 동물들의 불쌍한 사진과 실태보고서를 내놓은 이 사진전은 서울 종로구 안국동 철학마당 느티나무에서 15일까지 열린다.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과거 아프리카에서 잡혀온 흑인 노예들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사람도 뜨거운 양철통 위에 맨발로 올려놔 보라. 드럼소리에 맞춰 ‘발춤’을 출 게 아닌가. 인간은 무섭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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