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탄핵안 무산에 따른 정국 경색에 한나라, 민주, 자민련 3당의 반성을 각기 촉구한다. 이제와서 탄핵안 자체의 옳고 그름을 말하는건 부질없다. 그보단 여당의 감표위원 불참을 이유로 산회가 선포되도록 개표를 늦춘 한나라당, 감표위원 참여 또한 의무인데도 불참도 권리라는 궤변으로 자동폐기를 유도한 민주당은 다 잘한 일이 아니다. 양당 모두가 막상 개표결과에 서로 자신이 없어 빚은 한낱 정치쇼의 추태다. 또 양당 가운데서 말을 바꾸며 오락가락한 자민련은 캐스팅 보트이기 보다는 트러블 메이커다.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서로의 책임전가다. 검찰총장 탄핵안이 중요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다 끝난 일이다. 다 끝난 일을 두고 서로 타박을 일삼는 정쟁은 무모하다. 그런데도 정기국회에서 못다한 일을 마무리 지을 임시국회 소집마저 불투명한 게 작금의 상황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국회의원이며 정당인지 묻는다. 오늘부터 예결위 계수조정 소위가 가동한다 하지만 조속히 임시국회가 열려야 예산처리 또한 졸속을 다소나마 면한다. 예산뿐만이 아니다. 국회에 계류중인 건강보험재정관련법 등 120여건의 의안도 조기처리가 필요하다. 이는 시급한 민생의안일뿐 미제안건은 그래도 또 있다. 지난 정기국회는 610여건의 각종 안건 가운데 고작 80여건만 처리하고 끝났다. 건수로 치면 앞서 120여건을 처리한다해도 520여건이 여전히 쌓여있게 된다.
국회일은 이처럼 산적해 있는데도 야당, 특히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탄핵안 무산을 빌미삼아 임시국회 소집을 미루고 있다. 한나라당이 민주당과 자민련 등 남의 당지도부 사퇴까지 들고 나서는 것은 정치의 정도가 아니다. 이 총재의 공연한 강공은 당내 지도력 저하의 흠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민주당 정권의 실정으로 국민에게 얻은 반사적 이익마저 놓친다. 여야는 정치력을 창출, 임시국회를 빨리 열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 민주당은 집권당으로서, 한나라당은 원내의석 과반수에 육박하는 거대 야당으로서, 자민련은 제3당으로서 나라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냉철히 반성해야 한다. 국회의원에게 국회일을 하는 것 보다 더 우선하는게 있을 수 없다. 각당의 국회의원들도 정신 차려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정당정치의 상궤를 일탈하는 당이나 당총재의 졸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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