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파괴하는 ‘인터넷 중독’

가정불화의 큰 원인이 주부의 인터넷 채팅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 세상이 엉뚱한 방면으로 변화하고 있어 매우 불안하기도 하다.

한국 남성의 전화가 1999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실시한 방문 상담 기록을 분석한 결과에 그 실체가 여실히 나타나 있다. 가정불화 사례 1천167건 중 16·3 %인 190건이 ‘주부의 인터넷 채팅’에서 시작된 것이다. 특히 채팅과 관련된 190건 중 44·2 %가 불륜을 저질렀으며, 22·6 %는 이혼을 결심하는 원인이 됐고 가출한 경우도 10 %나

된다.

정보통신부 후원으로 최근 열린 ‘인터넷 중독 대처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포럼’에서 밝혀진 내용을 보면 ‘인터넷 중독’이 한 가정은 물론 사회를 파괴하는 속도가 무섭게 빠르게 번져 나가고 있는 게 한눈에 보인다.

주부의 인터넷 채팅으로 인한 외도문제는 1999년 하반기에 11건으로 5.7%였으나 2000년 상반기에는 61건(20%)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 있다.

인터넷 중독으로 인한 가정 붕괴 원인은 주부뿐만이 아니다. 청소년들이 게임에서 졌다고 동생을 폭행하거나 게임을 못하게 한다고 어머니를 폭행하는 사례도 상당수에 이른다. 게임 중독에 빠진 청소년은 대부분 등교거부 및 성적저하는 물론, 조울증 등 정신적 황폐화 현상을 보여 국가의 장래마저 어둡게 한다. 더구나 연세대 심리학과에서 최근 1주일간 네티즌 1만3천5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국내 인터넷 중독자가 최대 738만명으로 추정된다는 충격적인 수치가 나왔다. 이는 미국(6%)보다 5배 높은 중독률로 우리나라 전체인구 6명당 1명이 인터넷에 중독된 셈이다.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주부와 청소년의 인터넷 채팅으로 이렇게 한국의 가정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대책이 특별히 없는 현실이 더욱 한심스럽고 안타깝다. 아직은 법적으로 인터넷 채팅을 금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호소하는 수 밖에 없으니 더욱 답답하다. 가정을 지키는 대다수의 주부들까지 간접적으로 막심한 피해를 주고 있는 ‘인터넷 중독’은 사회정화 차원에서 치료와 예방대책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다. 건전치 못한 인터넷 채팅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탈선을 막아야 할 주부들이 일부이긴 하지만 오히려 가정불화를 일으키고 있는 현실이 가슴을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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