愛子

‘郞’은 사내랑자다. 신라의 화랑(花郎)에 이 글자가 쓰인다. 관직의 품계에 붙이는 칭호로도 쓰였다. 조선왕조에서는 정오품 벼슬인 육조의 정랑(正郞)과 정육품인 좌랑(佐郞)등이 있었다. 중국도 명·청나라때 육품 이하의 문관 칭호에 ‘郞’을 붙였다.

일본인들이 사내랑자를 남아의 작명에 쓰길 무척 좋아한다. 현 총리대신인 고이즈미 준 이치로(小泉純一郞)에서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일본 남자들의 이름은 예컨대 타로(太郞) 등 사내랑자 들어가는 이름을 많이 볼 수 있다. 오랜 전국시대를 겪으면서 남아선호 풍조가 팽대한 탓이다. 남존여비로 말하면 사실은 우리보다 일본이 더 했다. 이 때문에 으레 여아 이름에도 아들자인 ‘子’를 붙였다. 일본 여성의 이름은 끝자가 대개 아들자인 것이다. 아들을 낳으라는 염원의 뜻에서 연유한게 여성이름자로 보편화 하였다.

나루히토(德仁) 마사코(雅子) 왕세자 부부의 맏딸 이름이 태어난지 1주일만인 지난 7일 궁내청에서 발표됐다. 왕궁 대변인이 전한 이른바 어명(御名)은 ‘아이코’(愛子)다. ‘애인자 인항애지’(愛人者 人恒愛之),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항상 그를 사랑한다는 대목이 있는 맹자(孟子)에서 출전됐다는 것이다. 세손 공주의 어명을 위해 세명의 한학자와 일본문학자들이 지은 세개의 이름 가운데 할아버지가 되는 아키히도(明仁)왕이 선정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여성의 이름에도 ‘子’자가 들어가는 이름이 꽤나 많다. 일제 식민지 지배의 영향이다. 특히 60대 이상의 노인들 중에는 아마 태반을 차지할 것이다. 그 가운데는 일본발음으로 에이코(英子), 타마코(玉子) 우리 발음으로는 영자, 옥자 등이 많다. 우리 말로는 애자(愛子), 일본 말로는 아이코란 이름도 많다. 그 많은 애자란 이름을 지을땐 맹자를 생각하고 지은 것은 아닐 것이다. 새삼 일본 국내청 발표의 세손녀 작명에 사서삼경의 하나인 맹자를 참고했다니, 동명의 애자(愛子)가 많은 우리의 과거 사연이 생각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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