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이율 법으로 제한될까?

좋은 입법취지도 제대로 구현할 균형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면 결국 사문화하고 만다. 법의 권위만 떨어뜨린다. 새로 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바로 이런 경우에 속한다.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인 이 법은 세입자 보호를 위한 취지엔 공감한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만기 1년짜리)가 5%로 급락하면서 주택전세를 소액의 보증금에다

나머지는 월세로 바꾸는 주택임대가 성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월세 전환이율이 연간 20%를 넘는 경우가 허다해 세입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제정된 법은 월세이율을 은행법에 의한 금융기관의 대출금리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비율을 곱한 범위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후속조치인 대통령령을 만들기 위해 법무부는 재경부 건교부 등과 적정수준의 상한선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백만 가구의 월세계약을 일일이 감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건교부에서 나오고 있다. 결국 이자율 수익제한을 만회하기 위해 전세값이 올라가고, 그러다 보면 집값이 올라가 무주택자의 고통을 본의 아니게 더하는 역기능을 유발하기 십상이다.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이면계약도 예상이 가능하다. 소형아파트 의무비율, 임대주택건설에도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막상 대통령령으로 월세전환 이율의 상한선을 정한다고 해도 이행될 것으로 볼 수 있는 아무런 담보가 없다. 그렇다 하여 대통령령으로 어떤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명분과 실효성간의 괴리를 막을 수 있는 근원적 해법이 없고서는 살아있는 법이라 할 수 없다. 다만 검토될 수 있는 것은 현저히 부당한 월세이율엔 높은 과세를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것이 세입자를 보호하는 길은 아니다. 주택임대는 전세든 사글세든 시장에 의해 임대가격이 형성된다. 세입자중엔 고액소득자가 없는건 아니나 대부분은 영세민에 가까운 서민층이며, 또 이들이 주로 보호의 대상이 돼야 한다. 이들은 주택을 분양해준다 해도 입주금이 없어 입주를 할 수 없는 사람이 태반이다.

법으로 월세전환 이율을 제한하는 물리적 대응보다는 집없는 서민가구가 집을 지닐 수 있는 주택정책, 그리고 주택자금 지원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더 긴요하다. 주택임대시장 기능을 법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보는 법만능주의는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성이 있을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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