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사회정서는…

검찰의 진승현게이트 재수사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이젠 물러서서도 안되고 물러설 수도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전 청와대 민정수석 신광옥 법무부차관을 비롯한 관련자 리스트, 이른바 정·관계 실세들의 관련 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불가피해졌다. 물론 신차관은 1억원 수수혐의를 강력히 부인한다. 그러나 객관적 설득력이

없다.

이에대한 진실규명은 다른 실세의 의혹규명과 정비례 한다. 참으로 고뇌스런 민감한 사안이다. 생각하면 권력형 비리도 유분수지 어쩌다가 이 지경으로까지 타락했는지 걱정이 앞선다. 그들은 중형을 받은 진씨가 거짓말을 하거나 아니면 뇌물 배달사고라고들 말한다. 그래서 더욱 사회정서는 검찰수사의 분발을 기대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과정을 보면 특정 인맥의 커넥션 비리라는 인상이 강력하다. 정치권력을 빙자한 인맥비리는 이밖에도 있긴 있다. 아태재단후원회 사무처장 출신인 황모씨가 코스닥 주식시세 조작을 금감원에게 무마시켜 주겠다며 2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예가 그러하다. 그러나 이같은 단발사건에 비해 진승현게이트는 성격이 또 많이 다르다. 김대중 대통령은 부패척결을 수없이 천명해 왔다. 대통령 그늘에서 윗분의 뜻을 제대로 받들지는 못할지언정, 그늘을 팔아 오히려 앞장서 구조적 지하부패를 일삼았다면 그가 누구이든 이젠 밝혀내야 하는 검찰의 소명을 거역해서는 안된다.

대통령은 최근 영국여왕을 만나 최고훈장을 받고 EU의회에서 기립박수 속에 연설을 하고 헝가리를 국빈방문 했다. 붕정만리의 여독도 풀리기 전에 엄청난 고뇌의 결단에 부딪혔다. 외국에 나가면 지극히 존경받는 대통령이 국내에 돌아오면 비교적 시선이 차가운 것은 그늘 아래의 지하부패 때문이며 진승현게이트는 그 대표적 권력형 비리다. 검찰에 기대를 거는 사회정서는 사건을 유야무야하게 끝내는 것이 검찰을 위하는 길이 아니고 대통령을 위하는 길도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특정사건이 더는 특검으로 넘어가는 검찰의 무력함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이만이 아니다. 만약에 진승현게이트의 몸통을 덮어둔다 하여도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그 정권이 지금의 여야 어느쪽이 되든 결코 보호될 수

없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인 검찰의 수사의지를 거듭 높이 평가하면서 행여 외부에서 이를 방해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된다는 것을 엄중히 밝혀둔다. 청와대도 정치권의 개입도 불가하다. 검찰은 김영삼 정권때 그 아들을 구속했던 사실을 타산지석 삼을 만큼 강력한 독립된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