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용 사이트가 성인용을 방불?

어린이들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만화 ‘디지몬 어드벤처’와 ‘파워 디지몬’의 캐릭터를 소개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성인 사이트를 방불케 하는 외설·폭력물로 오염되고 있다. 특히 컴퓨터 실력이 뛰어난 초등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이들 사이트는 이용자들이 대부분 어린이들로 어른의 감시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차마 입에 담지 못할 글과 사진으로 도배돼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섹쉬 사건’‘변태 디지몬1화’‘열라(매우)야한 것’이란 제목을 클릭하면 성인사이트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국내 디지몬 사이트는 60여개에 이르는데 이중 캐릭터 상품·판매회사 등이 운영하는 10여개를 제외한 50여개에 외설·폭력·변태 대화 내용과 일본풍 만화 등 외설물들이 즐비하다.인터넷 검색 프로그램에서 ‘디지몬’이란 단어만 치면 줄줄이 사이트가 소개돼 어린이들도 손쉽게 접속할 수 있다. 사이트당 하루 평균 600여명이 접속하는 점에 미뤄 매일 3만여명의 어린이들에게 노출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3월 개설된 ‘강호의 디지몬 어드벤처’의 경우 캐릭터 유머코너·일본풍 만화 등이 인기를 끌면서 지금까지 100만여명의 어린이들이 방문할 정도다.

이러한 사이트는 디지몬을 좋아하는 초등학생들이 직접 만든 것으로 추정돼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어린들이 만든 사이트는 현행법상 통제수단이 전혀 없다. 지난 11월 1일 시행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는 청소년 유해 매체물 표시와 유해 사이트 차단 소프트웨어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제작한 사이트 자체를 ‘유해물’로 볼 수 없어 규제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어린이들이 정신적·신체적으로 성장하기 전에 성(性)관련 유해 정보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 바람에 왜곡된 ‘성적표현 일탈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익명의 어린이들이 마구 올리는 글의 내용을 검열·차단할 방법이 과연 없는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유해정보는 곧 바로 위원회 홈페이지(www.icec.or.kr) 불건전 정보센터에 신고하고 사이트 운영자가 항상 글 내용 등을 체크할 것을 당부하고 있으나 그 방법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성적호기심을 갖기 시작하는 초등학생들에게 올바른 성교육을 하고, 자녀와 함께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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