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濟사건 해결에 총력을

올해도 우리를 놀라게 했던 많은 사건들이 ‘미궁’에 빠진 채 해를 넘긴다. 치안당국으로서는 아예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사건들이겠지만 그래도 한해를 마감하면서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던 끔찍스런 사건들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다시한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경기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1월말 현재 살인 9건·강도 175건 등 모두 184건의 강력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채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이 중엔 용인 여중생 살해 매장사건(92년7월)을 비롯, 남양주 여교사 피살사건(95년11월), 평택 개인택시 트렁크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된 40대 남자 피살사건(98년9월), 의정부 미군 윤락녀 피살사건(99년2월)등 수년째 해결하지 못하고 장기간 답보상태에 있는 사건들도 있다.

12월 들어 발생해 미제사건 집계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아직도 오리무중인 강력사건도 2건이나 있다. 지난 2일의 여주농협 금고털이 사건과 15일 남양주의 지문이 잘려나간 30대 여인 나체 피살사건은 아직도 별다른 단서조차 찾아내지 못해 수사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이러한 미제사건들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일뿐 그밖에도 해결되지 않은 작은 사건들은 부지기수다.

이같은 강력사건의 수사미진 원인은 초동수사의 미흡 등 수사능력 부족과 업무과중, 과로로 인한 사기저하 등이 지적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경찰당국은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즉시 수사본부나 전담반을 편성하는 것이 상례로 대부분 1∼2주간은 전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에 진전이 없으면 수사력을 슬그머니 다른 사건수사에 투입하고 단지 간헐적으로 수사보고서만 작성하는 등 형식적인 수사로 사건해결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더구나 최근의 범죄수법은 날로 지능화하고 있으나 수사능력과 장비가 이를 따르지 못하고 유사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경우 상급부서의 질책을 두려워한 나머지 사건을 축소하려 하거나 비슷한 수법의 다른 사건과의 연계성을 애써 부인하는등 초동수사 단계서부터 수사방향을 잘못 설정하는 예도 흔하다.

우범자들은 경찰이 강력범을 신속하게 과학적으로 잡아내지 못하면 수사력을 얕잡아 보고 제2·제3의 범행을 쉽게 저지르게 된다. 미제사건이 많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예방경찰의 기능이 약화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경계할 일이다. 치안당국은 민생치안을 기필코 확립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다시 다지고 어떤 범죄라도 이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방범·수사활동에 더욱 분발할 것을 촉구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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