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미사일이 무용지물이라니

우리나라 공군이 운용중인 나이키 미사일 90% 이상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없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니 불안스럽기 짝이 없다. 그동안 전쟁이 발발하지 않은 게 그야말로 천만다행이다. 지금이라도 만일 공중침투가 돌발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생각할수록 어처구니가 없다.

지대공 및 지대지용으로 운용되는 나이키 미사일은 지난 1965년 한반도에 처음 배치된 뒤 주한미군이 운용해 오다 1970년대 말 한국군에 넘겨졌다. 현재 전국 10여개 기지에 수백기가 배치돼 있다고 한다. 나이키 미사일은 1950년대에 개발된 노후 장비로 지난 1998년 12월 인천기지에서 발사 시스템 회로 결함으로 오발사고를 일으킨 것을 비롯, 1999년 10월 충남 대천사격장에서도 화력시범 도중 1기가 공중에서 자동폭발하는 등 사고가 있었다. 대부분의 국가가 1980년대 중반 폐기처분했고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 운용중이라고 한다.

심각한 문제는 또 있다. 지난 1998년 국방과학연구소(ADD)에 의뢰, 나이키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점검한 결과 1단계 추진체 발사가 가능한 미사일은 전체의 19%, 2단계 탄두 발사가 가능한 미사일은 8% 뿐이었는데도 아직도 손을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나이키 미사일의 운용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속사정은 물론 알고도 남는다. 나이키 미사일이 비록 노후한 장비지만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대측에게 적잖은 위협을 주는 심리적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군당국은 전쟁발발의 경우 대공방어용 미사일을 활용, 침투하는 적기를 가급적 원거리에서 요격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사거리 180km로 중거리 대공을 맡아온 나이키 미사일의 대부분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고물’이라는 실상이 드러났다.

일본과 중국이 우리 주변에 있고 국토가 분단된 휴전상태의 우리나라 공군력이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대공방어망이 이토록 취약한 판국이니 나이키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정부가 연내 도입을 목표로 추진했던 차기대공미사일(SAM-X)사업이 가격 지급방식 문제 등으로 더 이상 연기돼 대공방어 전력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정부는 나이키 미사일 공백을 신속히 메울 수 있도록 차기대공미사일 사업을 신속히 추진함은 물론, 각종 전략 수립과 함께 전투기 초계를 강화하는 등 영공수호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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