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법규를 무시하고 무엇에 쫓기듯 경기도내 택지개발계획을 밀어붙이는 것은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중앙정부의 횡포다. 건교부는 얼마전 도지사의 의견을 묵살한 채 토지공사의 화성 동탄 택지개발계획을 승인해 주더니 이번에도 역시 성남 판교·흥덕·오산 세교 등 도내 3곳 446만평을 일방적으로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신규 지정하고, 파주
운정지구의 개발면적을 당초 92만평에서 148만평으로 대폭 확대했다.
물론 건교부는 수도권의 주택공급 부족이 크게 우려되는데다 수도권에 집중되는 인구와 시설을 방치하면 난개발이 계속될 것이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계획된 미니 신도시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택지개발과 신도시 건설은 무엇보다도 그동안 지속해온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책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수도권 팽창과 인구유입의 악순환을 초래해 결국 환경파괴·교통정체 등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특히 그동안 수도권 인구집중을 억제한다며 경기지역에 교육대 설립불가, 공장건립총량제 등 온갖 규제를 해온 정부가 서울서 넘쳐나는 인구유입을 위해 대규모 택지를 개발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그런데도 건교부가 인구집중과 국토의 균형개발 문제 등 중요한 장기정책과제들을 왜 그렇게 졸속으로 발표하고 추진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특히 건교부는 관할 도지사를 주택정책심의위원으로 참여토록 한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을 어기고 도지사를 배제시킨 채 일방적으로 택지개발예정지구를 지정, 경기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더욱이 새로 지정된 용인 흥덕지구는 용인 광교산∼신갈저수지로 이어지는 녹지축에 위치해 있고 인근 판교·죽전·동백 등 지역에 대규모 택지개발이 추진되고 있어 녹지훼손과 교통난 심화가 불을 보듯 뻔해지고 있다. 때문에 택지개발을 반대해온 지역주민은 물론 수원시 등의 반발도 거세다.
따라서 건교부가 택지개발을 서두르는 것이 대통령이 밝힌 2003년까지 주택보급률 100% 달성과 임대주택 20만호 건설이라는 목표량을 임기내 소화하기 위한 것일지라도 관할 지자체장과 지역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를 밟아야 옳다. 대통령의 의도라고 해서 허겁지겁 무리해 가며 일을 처리해선 안된다. 선진국들의 경우 신도시 건설에 수십년이 걸리는 게 예사다.
신도시 건설은 보다 신중하고 철저한 연구와 검토를 거쳐 추진돼야 할 것이다. 우격다짐 보다는 개발지구 지정을 일단 백지화 하고 관할 지자체장과 주역주민의 의견을 널리 들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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