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21’창업의 정체성?

정·관계의 로비의혹을 받고 있는 윤태식게이트에서 최대 의문점은 ‘패스21’의 창업 경위다. 이 벤처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지문인식 기법은 최첨단 기술 시스템이다. 은행 현금인출기에 약속된 손가락만 갖다 대면 본인임이 확인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갖췄다. 어떠한 위해 환경에도 안전하고 설사 본인이라도 사망상태의 온기없는 손가락을 대면

발각되도록 돼있다. 그야말로 사업전망이 매우 밝은 첨단 기술력이다.

이같은 벤처기업을 중학교 1년중퇴 학력의 윤씨가 고안했을리는 만무하다. 그가 어떻게 누구의 창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인지 매우 의심스럽다. 홍콩에서 부인 수지 김씨의 살해사건이 있을 당시엔 일개 비디오 판매상에 불과했다. 귀국후에는 1994년 사기등 죄로 두차례에 걸쳐 복역했다.

이러한 윤씨가 ‘패스21’을 창업한 것은 불과 몇해전인 1998년이다. 정부의 벤처사업 지원을 받았겠지만 본인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자본이 있었다고 믿기는 어렵다. 자본금 37억원 규모의 회사지분 46%를 지닌 대주주로 급부상한 경위가 석연치 않다. 의문투성이다. 그의 창업은 다만 외형상일뿐 외부의 실질적 연출이 있었다고 볼 수가 있다. ‘패스21’자체의 정체성이 의심된다.

이런 객관적 판단에 이의가 있으면 납득될 수 있는 해명이 필요하다. 윤씨의 변신이 자력이 아닌 타력에 의한 연출이었다면 그에 충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백수의 그에게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과연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배후가 있었다면 민간의 법인이나 자연인일 수는 없다. 엄청난 힘과 자금을 거머쥔 조직이 아니고는 불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인 주주등 거물급이 포진한 수상쩍은 속사정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을지 모른다.

윤태식게이트 전모 규명은 창업단계부터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가 로비자금으로 보이는 수십억원의 회사돈을 빼돌리고 구속되기 직전 자신이 보유한 200억원 상당의 주식 28만주를 처분하려 했던 연유에 대한 규명은 창업경위서부터 초점이 모아져야 제대로 풀릴 것이다. 이 희대의 미스터리에 어떤 예단을 가질 생각은 없다. 그러나 궁금한 것은 있다. 윤씨가 검거되자 1998년까지 그를 관리해온 국정원 출신의 전 간부가 잠적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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