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음주문화는 양 위주다. 예전에 막걸리를 많이 마셨던 탓인 것 같다. 막걸리는 요기로 먹기도 했다. 지금은 양주 소주 민속주 등 여러가지 술이 있다. 술은 여러가지지만 공통점이 있다. 어떤 술이든 많이 먹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1·3·5·7·9로 나가는 술병의 숫자관념, 후참벌주삼배, 자작금기 등이 다 술을 많이 먹기 위한 구실로 지어낸 말 들이다.
주선(酒仙), 주호(酒豪), 주장(酒將)이니 하는 말도 있다. ‘두주불사’라고도 한다. 폭탄주가 성행하고 1차 2차 3차로 가는 주벽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장 술을 많이 먹는 나라로 꼽혔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결과 알코올농도 20도 이상의 독주만도 다른 회원국의 평균 소비량에 비해 5배이상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국내 텔레비전 광고를 보면 술 광고가 유난히 많다. 온통 술꾼으로 만들지 못해 안달인 것처럼 보인다. 역시 주류시장 규모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지난해에 비해 맥주 10%, 소주 14.1%, 위스키는 21.7%가 늘었다.
한국사회가 마치 술독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실제로 술을 못마시면 축에 못끼는 듯한 분위기의 좌석이 적잖은 게 사실이다. 반대로 술을 잘 마시면 무슨 호걸풍으로 과시되기도 한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술 자리가 늘고 있다. 망년회, 송년모임 등이 이런 연줄 저런 연줄로 겹치는 이들이 많다. 술은 덜 마시거나 안마신다 하면서도 일단 입에 대기 시작하면 폭음하게 되는 것이 술꾼들의 어쩔 수 없는 버릇이다.
주류업계는 이런 술꾼들의 연말특수를 노려 업체마다 공장을 풀가동하는 호황을 누린다고 한다. 알코올 공급 총력전으로 떼돈을 버는 모양이다. 알코올로 인한 사회·경제적 연간 손실액이 국민총생산(GNP)의 4%인 17조원대에 육박,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 13조원을 능가한다는 어느 통계가 있다. 굳이 이같은 통계가 아니더라도 술은 먹어도 절제있게 먹어야 한다. 세태가 술을 안먹고는 못배기게 만든다 하여도 과음한다 하여 해결되는 게 아니다. 과음하지 않는 망년회, 송년회 등으로 좋은 세모가 되면 좋겠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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