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올리기 경쟁인가

연초부터 물가동향이 심상치 않다. 국제유가 인상으로 국내 기름값이 이미 지난 연말 ℓ당 15원씩 인상된데 이어 도내 택시요금도 19%나 올랐다. 또 국·공립대 등록금이 5%가량 인상될 전망이어서 사립대들도 국립대 수준이나 그 이상 올릴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상반기 상수도 요금을 올린 오산·파주 등 5개 시·군을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들이 수도요금을 최고 39%까지 올릴 계획이며, 쓰레기봉투 값도 고양시 등 5개 시·군이 최고 40% 가량 인상할 예정이다.

이처럼 지자체들의 공공요금 인상계획은 경쟁적이다. 이제 한 자릿수 인상은 옛말이 되었다. 일단 올리기로 하면 예외없이 두 자릿수다. 지자체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상률을 욕심껏 높여 잡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서민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 특히 공공요금 인상은 개인서비스 요금과 각종 생필품 가격의 편승인상을 유도하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회복이 지연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가계를 생각할 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가불안의 복병은 또 곳곳에 잠복해 있다. 정부는 경기진작을 위해 중앙부처 및 지자체 예산의 60%를 상반기에 집행토록 지시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일시에 재정지출이 집중적으로 이어질 경우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올해는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등 두 차례의 선거를 치러야 하는 선거일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공천단계는 물론 선거운동 과정에서 막대한 돈이 풀리게 되면 선거 인플레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와 물가의 함수관계는 그동안 너무나 많이 확연하게 검증되었기에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이같이 물가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는데도 국민이 안심할만한 정부 및 지자체의 가시적인 대책은 찾아볼 수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대책은 커녕 오히려 각종 물가를 자극할 공공요금을 턱없이 올릴 궁리만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한번 국민이 인플레심리에 휘말리면 백약이 무효로 경제안정은 불가능해진다. 그러므로 먼저 경제안정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 국민이 인플레 심리에 빠져들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솔선해야 한다. 공공요금 인상이 적정한가를 철저히 검증하고, 선거를 앞둔 선심사업을 지양, 불요불급한 재정지출은 억제함으로써 정부의 과소비 풍조부터 바로 잡아나가야 한다. 또 돈을 덜 쓰는 선거를 치르도록 하여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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