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담(德談)’에 대하여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은 ‘이제 그렇게 되라’고 축원해 주는 것이 아니라 ‘벌써 그렇게 되셨다니 고맙습니다’라고 단정해서 경하하는 것이 특색이라고 하였다. 이를테면 “금년에는 승진하셨다지요”, “올해에는 부자가 되셨다지요”하는 식으로 축하를 해주는 것이다.
예전에는 각 가정에서 서로 사람을 보내서 전갈로 덕담을 교환하기도 하고, 멀리 있는 사람들과는 서신으로 덕담을 주고 받았다.
요즈음은 어른을 직접 찾아뵙고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십시오”하고 예를 갖추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연하장, 전화, 휴대폰 문자 메시지, 인터넷 등으로 덕담을 대신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하지만 육당의 말처럼 “벌써····그렇게 되셨다지요”라는 표현으로 축하해 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이렇게 서로간의 소원성취를 축원해주는 세시인사에는 두 가지의 원시심리적 근거가 있다. 첫째가 언령관념(言靈觀念)이다. 우리 선인들은 음성 내지 언어에 신비한 힘이 들어 있어서 ‘무엇이 어떻다’하면 말 자체가 그대로 실현되어지는 영력(靈力)을 갖고 있다고 믿었다. 덕담은 곧 그러한 언령적 효과를 기대한 데서 생긴 세시풍속이다.
또 한가지는 점복관념(占卜觀念)에서 찾을 수 있다. 만사만물에 길흉의 예조(預兆)가 있다 하여 그것을 알려고 여러가지 점복술이 생겼는데 그 중의 하나가 청참(聽讖)이다. 새해 첫 새벽 거리에 나가서 방향도 없이 발 닿는대로 돌아다니다가 사람의 소리든 짐승의 소리든 물성(物聲)이든 처음 듣는 그 소리로써 그 해의 신수를 점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덕담은 일종의 청참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세수(歲首)에 처음 듣는 소리로 일년의 신수를 점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조청(鳥聽), 경청(鏡聽) 등 청참법이 생겼고 사람 대 사람이나 집안끼리 처음 교환하는 인사에 덕담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말띠 해 임오년 세초(歲初)에 착한 사람들끼리는 이미 덕담을 주고 받았을 터이니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에게나 한 마디 해야겠다. “국민을 위해 금년에는 체통을 지키셨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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