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고봉산 보존돼야 한다

고양시 일산구 풍동 고봉산 일대에 추진하고 있는 25만평의 택지개발사업은 재검토해야 된다. 1999년 12월 고봉산 일대를 ‘일산 2지구’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한 대한주택 공사의 계획대로 올해부터 공사가 시행된다면 2006년쯤에는 6천300여구 2만여명이 입주한다. 고양시의 행정 절차는 모두 끝났고 경기도의 최종 승인만 남아 있는 상태라고

한다. 비록 법적으로는 별다른 하자가 없다지만 고봉산을 대규모 주거단지로 조성하는 것은 문제점이 크다.

해발 208m인 고봉산은 일산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비교적 산림이 잘 가꾸어져 있다. 반딧불이와 다람쥐 등 각종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곳곳에 습지가 있어 생태 환경도 아주 좋다. 고봉산은 일산에서 유일하게 자연 정화능력을 갖춘 녹지인 것이다.

지난 가을 시민단체가 조사한 결과 고봉산에는 천연기념물 322호인 애반딧불이와 환경부 지정 보호동물인 물장군 등을 비롯해 게아재비, 물자라, 붕어마름, 검정말 등 수생 동식물 60여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1991년부터 1993년 한국토지공사가 일산 신도시 저지대를 메울 토취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고봉산 북서방면 30만평을 마구잡이로 깎아 내 중산마을을 조성,자연환경이 크게 훼손됐는데 또 주택공사가 남쪽 기슭 25만평을 택지로 개발한다면 ‘일산의 허파’역할을 하는 고봉산은 죽어가는 것이다.

주택공사는 당초 27만평을 개발하려고 했으나 2만6천여평의 고봉산 자락을 개발대상지에서 제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산소호흡기에 목숨을 유지하는 인체와 같은 형국이다. 만일 현행 계획대로 실시계획이 승인될 경우, 고봉산 바로 아랫부분까지 12∼15층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서 일산 신도시, 경의선 철도, 310번 지방도에서는 더 이상 고봉산을 감상할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송학정 활터 옆에 위치한 자연생태 습지가 콘크리트 등이 사용되는 인공습지로 변경돼 애반딧불이 등 천연기념물과 환경부 지정보호 수생 동식물들의 생존에 타격을 받는다.

주택공사는 물론 경기도 당국도 고봉산의 택지개발승인을 심사숙고한 후 처리해야 한다. 주거단지 조성을 위해 생태계의 보고를 마구 없애는 게 능사는 아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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