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복제 소 망신

국내에서 체세포 복제로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송아지 대부분이 가짜로 밝혀진 것은 충격적이다. 농촌진흥청 축산기술연구소(농진청 축산연)가 지난 2000년 이후 농가에서 체세포 복제수정란 이식을 통해 태어난 것으로 발표했던 39마리의 복제 소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6마리만이 복제 소로 확인됐고 나머지는 가짜로 밝혀졌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그동안 우리가 쌓아올린 동물복제 연구 전반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실추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지난 1999년 처음 복제 소 ‘영롱이’의 개발에 성공했을 때 우리 생명공학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쾌거라며 박수를 보냈고, 세계 5번째 동물복제국이 되었음을 자축했었다. 그 후 2000년부터 가축 개량을 위해 의욕적으로 벌인 체세포 복제 소 이식사업의 성과가 1년만에 39마리의 복제 소 탄생으로 나타나 세계적인 이목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제까지 국내에서 이뤄진 복제 소의 수태율과 분만율·생존율 등 연구결과에 대한 신뢰와 영예가 큰 상처를 입게 돼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전적으로 농진청 축산연의 책임이 크다. 축산연은 가짜 복제 소가 탄생하게 된 것은 체세포 복제수정란의 최종 이식작업을 맡은 인공수정사나 수의사가 착상 성공률을 높여 시술료를 많이 타내기 위해 복제수정란(수태율 10%) 이식과 동시에 수태율이 60%인 인공수정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축산연이 복제수정란 이식사업의 관리책임을 덮어둔채 가짜 복제 송아지 책임을 인공수정사나 수의사에게 전가하는 것은 관리자로서 떳떳하지 못한 일이다. 더욱이 석연치 않은 것은 축산연이 작년 8월부터 유전자검사를 하면서도 9월부터 실시된 국정감사엔 체세포 복제수정란을 이식한 대리모 암소 838마리중 77마리가 수태했으며 이중 39마리가 복제 송아지를 낳았다고

보고한 점이다. 이는 결국 축산연이 체세포 복제 연구성과를 부풀리려 했다는 의혹을 살 만한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매너리즘에 빠진 기술연구직 및 관리직 등 기술관료사회의 못된 타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제 혁신적인 체질개선이 시급하다. 생명공학은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획기적인 공헌을 하고 소·돼지 복제와 같이 식량이나 의술개발에 기여하는 차세대 핵심산업이다. 이 사업의 차질없는 추진을 위해선 안일한 타성에 빠진 연구요원과 기술관리요원들이 하루속히 기술관료사회의 고질적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짜 복제 소 탄생 경위의 철저한 조사와 함께 관련자를 문책해야 함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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