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밖에 와 있다”는 할머니의 으름장에도 울어대던 손자가 “곶감이 있다”는 말에 울음을 뚝 그쳤다. 마침 그 때 정말로 할머니집 마당에 가 있던 호랑이는 나보다 더 무서운 곶감이 대체 뭔가 하고 궁금했다. 옛날 이야기의 한 토막이다.
우리의 전래 설화, 고담 등에는 이처럼 호랑이와 얽힌 얘기가 많다. 호환을 당하는 내용도 있지만 호랑이에게 도움을 받는 내용도 많다. 예를 들어 호랑이 등에 업혀 쏜살처럼 달려가 누굴 구했다는 얘기같은게 그러하다. 호랑이는 두려운 존재였기도 하지만 영적인 동물로 쳤다. 이 때문에 민화 등 선인들의 그림에는 호랑이를 즐겨 그렸던 것을 볼 수가
있다.
한국전쟁 이후 특히 남한의 산야에는 멸종설이 일반화된 가운데 호랑이 출현설이 종종 나와 진위에 논란이 되곤 했다. 지난해엔 대구문화방송이 무인카메라로 찍었다는 경북 청송의 야간 호랑이 사진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그동안의 호랑이 출현설은 거의가 호랑이가 아닌 삵괭이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북녘 땅에도 호랑이가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다만 백두산을 중심으로 장백산맥에 호랑이가 좀 있을 것으로 보는 추정설이 유력할 뿐이다. 산세로 보아 호랑이의 생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이다. 전래의 국산 호랑이는 시베리아나 다른 지역의 호랑이와 또 다르다. 두상의 생김새부터 몸체가 당당한데다 호피의 색깔이 영롱한게 다른 지역의 호랑이와 비할 바가 아니다. 총명하고 민첩한 것 역시 다른 지역 호랑이 보다 월등하다. 이처럼 자랑스런 국내산 호랑이가 몇군데의 동물원에 의해 간신히 명맥만 이어가는 것은 안타까운 노릇이다.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 한국야생호랑이연구소 임순남소장(49)이 강원도 등지로 호랑이 수색에 나서 화제가 됐다. 1998년 2월 화천에서는 길이 9.5cm의 호랑이 발자국을 발견했으나 막상 실물은 찾지못해 수색의 집념을 계속 불태운다는 것이다. 그는 일제시대 조선총독부가 국내 호랑이 110마리를 일본으로 사냥해 갔다며 일본 법정에 1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할 것이라고 한다. 자연 다큐멘터리 작가이기도 한 그의 호랑이 수색활동은 벌써 4년째다. 우리의 호랑이에 남다른 애착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임순남씨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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