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옹호 방조제 공사를 시행중인 농업기반공사(농기공)가 환경기초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물막이 공사를 서둘러 강행하려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다. 농기공측은 지난 91년 시작한 화옹호 방조제(9.8km)의 물막이 공사를 환경기초시설이 완비될 때까지 중단하게 되면 이미 설치한 방조제가 물살에 쓸려나갈 염려가 있어 공사강행이 불가피
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시행자측의 입장만을 고려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단견이다. 인근에서 배출되는 오·폐수를 정화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화옹호에 유입시키게 되면 가둬 둔 물이 오래 가지 않아 썩게 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런데도 화옹호의 수질이 어떻게 되건 말건 물막이 공사를 빨리 끝내면 그만이라는 식의 안일한 생각은 극단적인 부처 이기주의의 소산이다.
농기공측은 3월초에 물막이 공사를 끝내더라도 가둬 둔 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2009년까지 담수를 하지 않고 120m의 배수갑문을 통해 해수를 유입시키겠다고 했다. 이 또한 눈 가리고 아옹하는 자기합리화를 위한 주장밖에 안된다. 배수갑문을 통해 해수를 유입한다 하더라도 경기도와 화성시 및 환경단체들의 주장처럼 수질오염 방지효과는 방조제 인근에 국한될 뿐 호수내 어패류는 폐사될 것이 뻔하다. 이는 우리가 이미 시화호에서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
국토계획은 모든 과정을 치밀하고 종합적인 검토 위에서 추진하는 것이 기본인데도 화옹호 조성공사 역시 시화호처럼 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을 갖추지도 않은채 무모하게 추진한 우(愚)를 또 범했다. 4천9백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서도 실패한 시화호 담수화 과정을 어쩌면 똑같이 밟으려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시화호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정책당국의 기획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담수호를 조성하기 전에 인근 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폐수를 정화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야 담수호 물의 오염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기초상식인데도 당국은 이에 대한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고 추진했으니 무모하기 이를 데 없다. 하긴 뒤늦게나마 환경부 등 관계당국이 지난해 803억원의 환경기초시설비를 배정했지만 화성시가 분담금(197억원)을 마련 못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해당 시에도 책임이 없지 않다. 재언할 필요도 없이 물막이 공사보다 더 급한 것이 환경기초시설이다. 농기공은 일단 물막이 공사를 중단하고, 화성시 등은 어떤 사업보다 우선하여 환경기초시설 공사를 서둘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서로 제 주장만 고집하다 물막이 공사를 먼저 끝내게 된다면 시화호 경우와 같은 불명예와 함께 정책실패의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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