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중국 후한 때의 여인 맹광(孟光)은 ‘거안제미(擧案薺眉)’와 ‘형처(荊妻)’라는 말의 유래를 남긴 역사의 주인공이다.

맹광은 못 생긴 얼굴에 군살투성이의 커다란 몸집, 검은 피부를 지닌 여자였다고 한다.하지만 힘이 장사여서 무거운 돌절구를 거뜬히 들어 올리고 언행이 아주 착실했다. 도처에서 혼담이 들어왔지만 맹광은 번번이 거절했다.

혼기 놓칠 것을 염려하는 아버지에게 맹광은 양홍(梁鴻)이란 마을 젊은이에게 시집가겠다고 자청했다. 양홍은 소문난 가난뱅이에다가 돼지치기였다. 왜 하필이면 양홍이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맹광은 대답했다.“기개가 있는 분입니다. “사실 양홍은 평범한 돼지치기가 아니었다.높은 학식을 갖추었으나 어지러운 세상에서 벼슬하기가 싫어 숨어 사는 은둔자였다. 혼례를 올린 두 사람은 아주 가난하게 살았다. 양홍은 맷돌질하는 인부로 일하고, 맹광은 베를 짰다. 맹광은 매일 저녁 남편이 일을 마치고 돌아올 무렵이 되면 정성 들여 몸단장을 했다. 몸단장은 머리를 곱게 빗어 가시나무 가지로 만든 비녀를 꽂고 무명치마를 손질해 입는 것이 전부였다. 자기 아내를 남에게 낮춰 이야기 할 때 쓰는

말로 소박한 아내, 가난한 아내란 뜻을 지닌 ‘형처’는 이렇게 맹광에서 비롯됐다. 깨끗하게 몸단장한 맹광은 정성껏 차린 저녁상을 눈높이까지 들어 올려 남편에게 권했다. 이로부터 ‘거안제미’란 말이 유래했다. ‘거안제미’란 ‘밥상을 들어 눈썹에 가지런히 맞춘다’, 즉 남편을 지극히 섬긴다는 뜻이다. 양홍 역시 아내를 몹시 사랑했다. ‘난세를 헤쳐나갈 동반자’라고 아껴마지 않았다고 한다. 맹광은 참한 아내의 전형으로 황보밀(皇甫謐)이 쓴 ‘열녀전’에 기록됐다. 맹광의 얼굴은 비록 미모는 아니었지만 마음이 더함 없이 아름다웠던 것이다.

맹광 양홍 부부는 지혜와 인품을 닦아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꽃피웠고 스스로 원하는 남편을 선택하여 평생을 행복하게 살았다. 전설이 아니다. 이혼율이 점점 늘어나는 오늘날의 부부들로 하여금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한 여자와 한 남자의 땀 냄새 향기로운 생애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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