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도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

경기 북부지역 군부대의 환경오염 상황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해 7월부터 경기 북부지역 10개 시·군내 군부대 41곳을 조사한 자료와 환경부의 군부대 오수처리실태 조사결과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군부대 상당수가 예산부족이나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오·폐수 무단방류 및 폐기물

불법매립 등 환경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북부지역내 전체 군부대 가운데 72.9%가 부대내 오·폐수를 인근 하천 등으로 무단방류하고 있으며 특히 연천군내 군부대의 93%는 오수를 미처리 상태에서 방류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일부 군부대의 소각장 관리 체계나 소각장에서 발생한 슬러지 관리도 허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군부대는 의무실 링거병이나 오일필터 등 지정폐기물을 일반폐기물과 함께 처리하는 것은 물론 음식물 폐기물은 별도로 처리통이 설치돼 있지 않아 쥐·파리·모기 등의 번식으로 질병유발 등 위생상의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오염물질의 보관 부실과 폐기물의 불법매립으로 인근 지역의 식수오염 위험과 함께 토양오염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도 우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부대의 환경오염 실태가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된 군당국의 환경의식 수준이 한심스럽고 놀랍기만 하다. 환경보호가 국가 정책의 중요한 과제로 등장한지는 오래지만 얼마전 까지만 해도 군은 환경규제의 예외지대로 취급돼 왔다. 국방은 국가 생존에 관한 문제이고 국가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면 다른 조건들은 덮어 두는 것도 불가피하다고 보았기에 환경보호는 애당초 군과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환경과 국방을 분리해서 생각했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국민의 삶의 질에 대한 모든 위협을 안보문제로 보는 새로운 시각에 의하면 생태계 파괴는 적국 군대 못지않게 자국 국민의 안전과 복지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환경을 안보개념에 포함시켜야 하고 국방도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호응을 얻고 있다. 이제 우리 군부대의 심각한 오염현실을 고려할 때 정부는 군 시설의 환경개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군도 자체의 환경보전 계획을 조속히 수립해서 시행해야 할 것이다. 군이 환경보전계획을 세우고 시행함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군이 원칙적으로 민간과 동일한 환경기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미군부대의 환경문제만 거론할 것이 아니라 이제

우리 군부대도 환경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 군 당국의 각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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