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얼굴이 화면을 잘 받으니 잘 부탁한다.’ ‘머리 숱이 적으니 윗 조명을 약하게 해달라.’ ‘얼굴이 너무 크게 나오지 않게 해달라.’ 대권 예비주자들의 텔레비전 초청 연쇄토론회 출연을 두고 캠프측의 이런 주문이 방송사 스텝에게 잇따른다는 어느 신문보도가 흥미롭다. 기왕이면 시청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캠프진영의 심려는 있을법
하다.
텔레비전 카메라가 좋아하는 취향이 있긴 있다. 자주색이 아닌 아주 빨간 색깔은 색상이 화면에 퍼져 좋지 않다. 빨간 넥타이는 매지 않는 것이 좋다. 큰 얼굴보단 작은 얼굴이 카메라에 더 잘 받아 보기좋게 나온다. 얼굴이 큰 사람은 카메라의 작동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다. 조명도 원근과 각도가 굉장한 영향을 미친다.
지금은 잘 모르겠으나 예전에는 이런 일이 가끔 있었다. 무슨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인사들을 스텝진이 골탕 먹이기는 어렵지 않다. 예컨대 스포트 라이트를 머리 꼭대기위에 바짝 갖다대면 출연자는 여간 곤욕이 아닐 수 없다. 스포트 라이트의 열량이 굉장하기 때문이다. 출연자는 땀이 절로 나지 않을 수 없다. 스텝진들 역시 인간적 감정을 가졌다. 더러는 출연 인사가 거들먹거리기를 좋아하거나 하여 스텝의 비위를 상하게 하면 이같은 골탕을 먹는다. 반대로 느낌이 좋은 출연 인사는 작품화 한다. 물론 프로그램은 다 작품이지만 작품도 작품 나름인 것이다. 방송사 출입때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다.
현대 사회에서 텔레비전은 마술 상자다. 대중 매개체로서의 영향력도 괴력적이고 연출도 가공할만한 힘을 지녔다. 텔레비전 시청 또한 국민생활화 하였다. 시청자의 취향에 따라 다름은 있어도 하루 24시간 가운데 상당한 시간을 텔레비전 시청에 할애하고 있는 것은 보편적 현상이다.
대권 예비주자 초청 토론회 역시 안보는 사람은 안봐도 보는 사람들은 열심히 볼 것이다. 대중적 이미지 형성의 실험 무대라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겉모습 보다는 속모습이 더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값이면 겉모습도 그럴싸 하게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캠프진의 주문이 지나치게 심하면 스텝진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든다.
과다한 요구는 되레 출연 인사 프로그램의 작품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하는 것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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