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社의 ‘고발’ 남용

신용카드사들의 형사고발·고소 남용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용카드를 남발해 온 카드사들이 연체대금을 쉽게 받아 내기 위해 단순 민사사건을 사기혐의로 고소해 검·경의 수사력을 낭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에 따른 폐해가 카드사의 사려깊지 못한 행위로 일선 수사기관에 까지 끼치게 하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최근 카드사들이 일선 경찰서에 고발하는 사건 거의0가 가입 회원들이 상당기간 신용거래를 해오다 대금이 연체된 경우로 형법상 사기에 해당될 수 없는 단순 민사사건들이다. 그런데도 카드사들이 충분한 검토없이 이를 무차별·무분별하게 사기혐의로 고발하는 것은 상대방을 위협해 대금을 쉽게 받아내거나 소재지를 빨리 파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형사범의 처벌을 요구하는 고발제도를 남용 또는 악용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찰이 잘못 고발된 사건을 내사 처리하느라 일손을 뺏겨 업무에 큰 지장을 받고 있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도내 경찰서별로 이런 종류의 고발사건 처리가 하루 2∼3건, 연간 400여건에 이른다니 이만저만한 수사력 낭비가 아니다. 신용카드를 남발해 신용불량자 양산에 스스로 책임져야 할 카드사가 연체대금을 쉽게 받아내기 위한 방편으로 고발제도를 악용하는 것은 염치 없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손이 모자라는 수사기관에 헛일을 시켜 업무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고발 남용자의 책임이 크다.

물론 카드사가 오로지 연체대금 회수를 위해 노심초사 해야 하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카드사와 상당기간 정상적인 신용거래를 해온 가입회원의 대금 연체는 단순 채권·채무관계로 민사소송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옳다. 민사사건 해결을 위해 수사력을 낭비시켜서는 안된다.

신용카드 시장 급팽창에 따른 부작용은 이것 말고도 또 있다. 신용불량자 양산문제는 전반적인 경제사정 악화 때문이라기 보다는 카드업계의 지나친 회원유치 경쟁이 초래한 결과다. 그런데도 카드사들은 신용불량자가 늘어 비용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연 20% 안팎의 비싼 현금서비스 수수료율과 연체 이자율, 할부 수수료율을 받는 횡포까지 부리고 있다. 차제에 정부는 카드사가 회원을 늘리기 전에 개인 신용과 소득을 명확히 파악, 신용불량자를 양산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불량채권의 일정 몫을 카드사에 부담시켜야 한다. 카드업계도 과도한 회원 모집 경쟁을 자제, 수수료 인하를 통한 경쟁과 카드 이용 확대를 도모하는 것이 결국 회사에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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