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구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한 구필화가 박정씨(29·고촌면 신곡리) 옆에는 불편한 몸을 대신해 그의 손과 발이 돼 주는 8살 연상의 아내 임선숙씨(37)가 있다.
두 부부는 서로가 자신들의 삶을 지탱해 주고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고 말한다.
독신을 고집하며 사회복지시설에 근무하던 박씨의 아내 선숙씨는 우연히 선교지에서‘이렇게라도 그림을 그릴 수 있는게 감사하다’는 박씨의 글을 읽고 박씨를 만나기 시작해 지난 99년 그와 결혼했다.
축구특기생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해 2학년때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박씨는 이후 사회복지시설에서 미대생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입으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림 그리기를 시작한 뒤 입몸이 붓고 입안이 헐어 피가나는 고통도 있었지만 그는 하얀 캔버스에 한점 한점 그려지는 그림을 보며 고통을 씻어냈다.
그림을 시작한지 몇년 않된 지난 95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입상을 시작으로 각종 미술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번에 대학에 입학하게 됐다.
지금도 캔버스 앞에 않으면 시간가는줄 모르고 늦도록 그림에 몰두하는 그에게 있어 더 이상의 외로움은 없다.
그의 옆에 앉아 입에 붓을 물려주고 물감을 풀며 액자를 만들어 주는 아내가 있고 마음을 담아 낼 그림이 있기 때문이다.
박씨부부는 그림그리는 일외에 박씨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이들을 위해 병원까지 데려다 주는 자원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아내는 나를 위해 모든 것을 해 주는데 나는 아내가 아플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마음아프다’는 남편과 ‘힘든 사람들의 힘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박씨부부의 얼굴에는 박씨가 그려내는 그림처럼 환한 미소가 담겨져 있다./김포=권용국기자 ykkwun@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