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우던 담배는 끊을 수 있어도 술은 도저히 못 끊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금연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면 되지만 음주는 자의반 타의반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직장의 회식장소 같은 데서 상사가 따라 주는 술을 사양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심지어는 술에 약한 여직원에게까지 폭탄주를 권하는 무식한 상사들도 있다. 그래도 어쨌거나 우리 나라 사람들은 술 많이 마시기로 국제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우수(偶數)로 마시는 것을 터부시(視)하는 호주가들은 2,4병은 안되고 3,5,7,9병 하면서 기수(奇數)로 점점 더 마시다가 끝내 만취가 되어 버린다.
주당들은 ‘공자(孔子)님도 주선 ’이라면서 ‘술꾼세계’로 끌어들인다. 그 근거로 논어 향당(鄕黨)편의 한 대목 ‘주무량불급란(酒無量不及亂)’을 댄다. (공자가)술을 마시는데 일정한 양은 없었으나 취해서 정신을 잃는데까지는 미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것을 술을 무한량 마셔도 취하지 않는 걸로 확대 해석하여 공자를 대단한 주호로 만든 것이다. 그뿐 아니라 공자가 술을 몹시 즐겨 백병이나 마신 걸로 비약, ‘공자백호(孔子百壺)’란 말도 생겨 났다. 그러나 공자는 무한량 술을 마실 분이 아니었다고 한다. 빛깔이 나쁘면 먹지 아니하며, 알맞게 익지 않으면 먹지 아니하며, 바르게 자르지 않은 고기는 먹지 아니하며, 고기가 많더라도 식욕을 넘지 아니했다는 공자님이 아니신가.그런데 최근 매일 1∼3잔의 술을 마시는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현저히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당들에게 음주의 알리바이를 제공해 주고 있다. 네덜란드 에라스므스대학교 의과대학의 모니크 브레텔러 박사의 주장이 바로 그 알리바이다. 하지만 술을 하루에 6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오히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치매 위험이 1.5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혀 과음은 안된다는 경고를 내렸다. 성경에도 ‘술의 종이 되지 말라’고 하였지 술 자체를 금기시하는 대목은 없다. 그래서 그런지 특히 50대 이상의 술꾼들은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면 술 3잔까지는 마셔야 한다. 술은 치매예방약 ”운운하면서 오늘도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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