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 축구대회에서 박종환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이 4강에 올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경기장면은 지금 다시 봐도 통쾌하기 그지없다. 당시 외국언론들은 한국 대표팀이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붉은 악마(Red Divil)’로 표현했다.

1997년초 PC통신의 축구관련 동호회에서 1998 프랑스월드컵아시아 예선을 앞두고 국가대표팀에게 조직적인 응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1차 예선전부터 조직적 응원을 시작했다. 동시에 통신게시판을 통해 명칭을 공모, 1997년 8월 ‘붉은 악마’로 명칭이 확정됐었다. 그 이후 ‘붉은 악마’는 국제적인 축구경기가 열릴 때마다 붉은 빛깔의 응원복을 입고 열렬히 응원, 축구선수들의 사기와 명성을 드높혔다. 외부지원이 별로 없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한국대표단을 위해 헌신적으로 응원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 ‘붉은’은 그대로 사용하더라도 ‘악마’란 이름은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붉은 악마’라는 명칭이 반드시 문자적으로 악마와 동일시 되는 것이 아닌 애교적 명칭이므로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국민적 응원단이므로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88서울올림픽 때 공식 마스코트 ‘호돌이’가 세계인들에게 호감과 사랑을 받았듯이 ‘붉은 호랑이’는 어떠냐는 의견도 나온다. 또 현재 국내 교파를 초월한 월드컵선교단체인 2002 월드컵선교단은 적극적인 대안 모색과 함께 ‘붉은 악마’응원단에 공개질의서를 통한 접촉을 실시, 명칭변경을 위한 행보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오는 18일에는 시민단체, 타종교가 함께 참여하는 공청회도 개최한다고 한다.

‘악마’를 국어사전에서는 악의나 불의를 사람에 비겨 나타낸 요괴 또는 남을 못살게 구는 아주 흉악한 사람이나 악령이라고 풀이해 놨다. ‘붉은’을 꼭 앞에 써야 된다면 ‘악마’보다는 ‘천사’가 낫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붉은 호랑이’? , ‘붉은 천사’?, 아무래도 축구선수들에게 일임하는 게 좋지 않나 싶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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