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대없는 행자부의 정책

수수료 문제를 간과한 채 지방세 카드납부제를 도입했다가 뒤늦게 이를 철회한 행정자치부의 ‘행정’은 참으로 서투르기 짝이 없다. 이는 행정의 신뢰를 크게 실추시켰을 뿐만 아니라 탈세방지와 세원 확보차원에서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 것으로 정부의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 시책에도 역행하는 처사다.

본보(5일자 1·3면)의 보도에 따르면 행자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신용카드 납부제도 추진 지침을 내려 지방세 납부시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유도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지방세 신용카드 납부제 개선추진 지침’을 전국 지자체에 시달, 수수료를 자치단체가 떠 안는 문제가 야기되는 만큼 카드납부제를 도입한 지자체는 가맹점 방식을 중단하고, 미도입 지자체는 도입을 금지토록 했다. 1.5∼2%에 이르는 카드 수수료를 자치단체가 떠 안게 되면 지방세나 체납세 징수에 실효성이 없다고 분석했다는 것이다. 당초부터 서두르기도 했지만 행자부의 뒤늦은 ‘자각’이 실로 딱하다.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무려 4년이나 걸렸다니 기가 찰 노릇 아닌가. 오락가락 하는 행자부의 정책으로 인해 현재

신용카드 납부제를 도입 운영하고 있는 도내 17개 시·군을 포함, 전국 10개 광역단체 68개 시·군이 극심한 행정혼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특히 납세자 편익을 위해 지방세 신용카드 납부제 도입을 추진하려던 일부 시·군은 아직까지 추가 개선지침이 시달되지 않아 더욱 혼선을 빚고 있을 것이다.

곤란한 문제는 또 있다. 뚜렷한 대안도 없이 서둘러 중단시킨 행자부의 의도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다. 일반 카드가맹점 수수료는 4∼5%정도로 높은데도 정부가 유통업체, 음식점, 의료기관 등에는 신용카드 수납을 강화하면서 1.5∼2%의 수수료 부담을 구실로 지방세 카드납부제를 철회시킨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연말정산 등에 혜택을 받는다’며 국민들의 신용카드 활성화를 권장하면서 지방세 카드 납부제를 백지화한 것은 주민편의를 무시한 관위주 처사라고 불만이 여간 대단한 게 아니다.

더구나 행자부가 신용카드 납부제도 중단 사실을 ‘주민들에게 홍보도 잘 하라’고 지시했다니 고소를 금치 못하겠다. 시행착오가 있으면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행자부가 직접 해야지 비난받을 일을 왜 지자체에 떠넘기는가. 행자부는 7개월동안이나 감감무소식인 후속조치를 하루 빨리 강구, 지자체와 국민들에게 더 이상 혼란을 주지 말기

바란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