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밀렵 방관 말라

파주시 장단면 등 민통선 일대 야생조수들이 밀렵꾼들로 수난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민간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수렵행위가 전면 금지되어 있는 민통선 내에 어떻게 밀렵행위가 극성을 부리게 되었는지 놀랍기만 하다. 이들 밀렵꾼들은 민통선 출입 영농인이 대동할 수 있는 영농 보조인으로 위장한 사람들로 이들에 의해 밀렵된 야생조수들이 밀반출돼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은 민통선 출입관리 어딘가에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을 뜻한다.

특히 밀렵꾼들이 공동경비구역 남방 한계선 부근 지뢰매설 지역에도 올무와 덫을 설치하고 심지어 총포밀렵까지 하고 있다니 민통선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가를 알만 하다. 밀렵꾼들이 노리는 대상은 멧돼지·노루·고라니·너구리·꿩 등 일반조수 뿐만 아니라 독수리·재두루미 등 천연기념물까지 닥치는 대로 남획하고 있다. 불법으로 포획된 야생조수는 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음식점 등으로 몰래 넘겨져 ‘정력보강제’로 팔린다.

50여년간 외부의 손길이 닿지않아 생태계의 보고가 된 민통선 내 야생조수들이 ‘보호대상’아닌 ‘보신(補身)의 대상’이 돼 밀렵꾼들에게 마구 잡혀 목숨을 잃어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일반 조수류는 물론 천연기념물도 씨가 마르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야생동물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면 생태계가 파괴되고 그 결과 인간도 재앙을 입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기에 앞서 도대체 우리는 왜 그렇게 극성맞게 죽이고 먹어 없애는 일에 몰두하게 되었는지 자괴감을 갖게 된다. 야생조수가 우리 나라에서 수난을 당하게 된데는 몸에 좋다면 무엇이나 마구 잡아 먹는 우리 국민들의 보신행태와 그런 행태를 가능케 하는 밀렵행위를 효과적으로 단속하는 체계가 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선 보신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을 바로 잡는 일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당국의 강력한 감시활동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밀렵꾼들이 민통선안을 수시로 들어가 총기까지 사용하는 것은 안보측면에서도 심각한 일이다. 환경부 등 관계당국은 이제 밀렵꾼들이 날뛰지 못하도록 자연보전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특히 군당국은 민통선 출입자들에 대한 검문 검색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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