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가 개별 기업이 지켜야 할 윤리강령과 실천 메뉴얼 표준안을 만들어 5월까지 보급하고 이를 500대 기업에 확대 적용하겠다고 한다. 기업 상거래 과정에 만연된 금품수수나 각종 로비활동을 뿌리 뽑기 위해서라는 게 주 골자다. 언론에 보도되기로는 윤리강령 평가 모델을 만들어 기업들을 일일이 점수로 평가, ‘윤리 성적표’도
공개하겠고 한다. 윤리경영 실적이 우수한 기업엔 산자부장관이 직접 ‘기업시민 대상’을 주면 점수가 나쁜 기업은 자연스럽게 공개돼 소비자로부터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그러니까 정부가 윤리강령을 만들어 기업에게 나누어 주고 ‘이 사항을 꼭 지켜라. 만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벌을 받는다. 대신 윤리강령을 잘 지키면 큰 상을 주겠다’는 식 아닌가. 이는 한 마디로 기업의 자율 영역을 정부가 침범하는 월권행위로 백지화 하는 게 옳다.
기업윤리는 말 그대로 법규와 강제가 아닌 자율사항이다. 기업내 문화의 한 부분에 속하는 것을 정부가 세금을 들여 촉진하고 상벌까지 주겠다는 것은 코미디 감이다.
그러나 기업들도 관치부활이라고 반발만 할 게 아니라 자성해야 한다. 정부가 이런‘속셈’까지 하게 된 배경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기업이 말로만 윤리경영을 외치고 있지 실제 부패구조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판단, 정부가 직접 나설 필요성을 갖게 된 것이다. 최근 S전자 임직원들과 협력업체 간에 불거진 고질적인 금품·향응 수수사례가 있지 아니한가. 자꾸 그런 일이 일어나니까 기업의 상거래 관행을 투명하게 개선하고 부패 사슬구조를 개혁하려면 어느 정도 정부의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산자부가 ‘각 기업의 감사실 밑에 준법담당 임원을 신설해 회계등 모든 기업 내부활동의 위법 여부를 감시하고, 임직원에 대한 윤리경영 훈련을 실시하며, 윤리 핫라인도 설치한다’는 등의 윤리강령 실천 방법까지 제시한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고 본다.
정부가 획일적으로 시행 원칙과 기준을 못박아 윤리강령을 강제하는 것은 아직도 공무원들이 과거 향수에 사로잡혀 있다는 오해를 살 여지가 다분히 있다.
기업은 윤리강령을 제정하려는 정부의 고충을 알고 자율로 한국경제 발전에 이바지 해야 한다. 산자부는 이런 계획을 세울 시간에 산업전략과 미래상품 발굴에 몰두하는 편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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