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천차만별

설을 앞둔 요즘 유명백화점에서 한 병에 500만원 하는 양주 맥켈란, 300만원 짜리 꼬냑 루이13세, 120만원 짜리 한과세트, 130만원 짜리 굴비세트가 꾸준히 팔려 나간다고 한다.40만원과 60만원짜리 목장한우세트, 50만원짜리 한우특갈비도 사 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비싼 양주, 갈비, 굴비를 사 가는 사람들 거의가 ‘비싸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단다. 되레 비쌀수록 품질이 좋은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고가상품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PDP TV(일명 벽걸이 TV)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수입 자동차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불티가 난다고 한다. 웬만한 샐러리맨의 월급 또는 연봉과 맞먹는 고가품들이 이렇게 팔려 나간다니 한국은 분명 잘 사는 나라이다.그러나 아니다.

나흘을 굶어 죽은 사람들도 있고 결식 아동들도 헤아리기 어렵도록 많다. 설이 되었어도 집에 가지 못하는 노숙자들이 추위에 떨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해 가슴을 태우는 근로자들도 많고 많다. 아동시설과 양로원 등 도움이 절실한 복지시설도 썰렁하기 짝이 없다. 이들의 주된 후원자이던 중산층이 ‘그 놈의 IMF’때문에 몰락했기 때문이다.중증장애아동 수용시설에도, 병든 노인들이 살고 있는 양로원에도 시름의 그림자만 짙게 깔려 있다. 101세 할머니를 포함한 65세 이상 생활보호대상 할머니 86명이 살고 있는 인천 산곡동 협성양로원에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연말에는 개인이나 봉사단체의 방문이 더러 있었는데 새해 들어 이상하게 발길이 끊어졌다고 한다.

정치인들이나 정치 지망생들은 언제부터 그렇게 선거법을 잘 지켰는지 선물을 하고 싶어도 못하겠다고 고민한다니 그 모습을 봐줄만 하다. 사정이 이렇다면 한국은 ‘가난한 나라, 살기 어려운 나라’가 분명하다. 그러나 아니올시다.

해외에서 설 연휴를 즐기기 위해, 골프를 치기 위해 국제공항에는 행락객들이 오늘도 줄지어 서 있다.서민들은 돼지고기 두어근 사기도 힘든데 한 마리에 13만원 하는 굴비를 먹고 500만원 짜리 위스키를 마시며 PDP TV를 시청한다. 자본주의는 참 고약하기도 하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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