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불감증 치유불능인가

아직도 안전의식이 미흡하다. 우리가 대형 사고를 당할 때마다 으레 강조해온 것은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이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그리고 부천 가스충전소 폭발사고 후에도 안전의식의 중요성을 외치며 안전점검을 해왔고 화성 씨랜드와 인천 호프집 화재참사를 겪은 후에도 그랬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주변 곳곳엔 안전위험 요소가 널려 있어 광주 대입전문 기숙학원 화재참사와 같은 사고를 겪어야 했고 또 언제 어디서 이같은 참사를 겪게 될지 모를 불안속에 살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경기도가 설을 앞두고 판매시설과 공연시설, 터미널, 숙박업소 등 다중이용 시설에 대해 실시한 안전점검 결과를 보더라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점검대상 767곳 중 절반이 넘는 387곳에서 618건의 안전불량이 적발돼 사고시 대형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의 S쇼핑몰은 지하주차장 천장보 등에 균열이 생겨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있으며 군포의 H상가는 지하 에스컬레이터 주변 비상탈출문에 잠금장치 및 의자를 설치, 대피로가 막혀 있었다. 수원의 M극장은 건물 유리창 부근에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아 많은 사람이 대피 때 추락사고의 위험이 있고 성남 S극장은 누전차단기를 설치하지 않아 불안전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밖에 이천 B터미널은 지하층에 피난 반대방향으로 비상문을 설치했으며, 시흥, 파주 양주의 숙박업소는 자동화재경보 설비와 대피유도등이 불량했다. 이중 당장 보수·보강이 필요한 위험요소가 104건에 이르고 있다. 설 연휴기간 재난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순찰활동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상당수 다중이용시설의 방화 및 재난방지 상태는 그야말로 무방비 그대로다.

그동안 숱한 대형 참사를 보고서도 재난의 무서움을 깨우치지 못하고 무신경 상태에 빠져 있는 시설업주 및 관리책임자가 한심스럽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당국의 안전점검 업무도 그동안 허술한 적이 없지 않았나 되돌아 보지 않을 수 없다. 관계당국과 안전담당 관련부서가 이제까지 어떻게 점검·지도해 왔길래 이처럼 많은 다중이용시설들이 안전불량 상태에 있게 되었는지 의아스럽다. 당국은 앞으로 이번 점검에서 적발된 시설들이 소방 및 각종 안전기준에 맞게 개선·보완했는지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조그마한 미비점이라도 눈감아 주거나 우물우물 넘기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사고를 당하고 나서야 허둥댈 것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철저한 안전점검을 실시, 재난을 예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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