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대북 ‘악의 한 축’발언은 역시 북한의 탄도 미사일에 있는 것임이 테닛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상원 정보위원회에서의 발언으로 알 수 있다. 이는 현저한 객관적 변화 보다는 부시의 주관적 관념이 크게 작용한 것임을 의미한다. 북측의 탄도미사일 문제는 새로운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테닛이 또 굳이 들먹거리지 않아도 북측이 적화통일 목표를 포기했다고는 믿지 않는다. 우리는 남북대화 및 교류를 부단히 추구하고 있긴 하나 저들이 대남 기본노선을 완전히 포기한 징후가 있다고 판단해서가 아니다. 그러나 부시의 말대로 오는 2015년이면 북한 미사일이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보는 예단을 이유로 저들의 미사일 수출선박을 공해에서 공격하는 등 대북 군사행동이 가하다고 보는 미국측 견해엔 동의할 수 없다. 북한이 먼저 군사도발을 하지 않는한 어떤 이유에서든 미국의 선제 공격을 우리는 반대한다.
우리는 아울러 부시의 일방적 강경책에 동조하는 것만이 공조로 간주하는 미국의 공조요구에 역시 동의할 수 없다. 국내 일각에서도 대북관련의 대미 외교에 우리측이 무슨 큰 잘못이나 저지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그간 정부의 대북관이 부시 행정부간에 괴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큰 시각의 편차가 나타난 것은 북한을 ‘악의 한 축’으로 규정한 부시의 돌연한 단독 선언에 기인한다. 미국의 일방 플레이에 기인한 변화를 정부 외교의 잘못으로만 매도하는 것은 국적있는 비판일 수 없다. 흔히 실사구시 접근의 대미 외교를 말하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부시에 영합하는 게 실사구시일 수는 없다.
북한도 절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주 서서히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영국의 교수들을 초청, 외무성 및 무역성 사람과 기업인등 100여명에게 자본주의 방식 도입에 관한 세미나를 가진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우리도 북측의 미사일 등에 우려하는 바가 크지만 부시의 방법은 방법이 아니다. 미사일 개발의 중단을 전제하고 대화에 나오라는 부시의 요구는 아예 대화를 않겠다는 것과 같다. 조건없는 대화의 시작에서 현안문제의 해법을 찾는 것이 참다운 대화다. 부시의 강경 일변도 외교정책은 유럽에서도, 자국내에서도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환경문제, 탄도탄 요격 미사일(ABM) 등 각종 국제 협약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정부가 부시 행정부의 대미외교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좋다. 그러나 국적있는 강력한 외교여야 한다. 이것이 실사구시다. 햇볕정책에 문제가 좀 있었다고 하여 전체가 부정될 수는 없다. 대미외교에 햇볕정책의 기조를 지켜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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