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판’을 추방하자

우리의 사회병리 현상 가운데 심각한 것 중의 하나가 도박이다. 이른바 ‘하우스’란 일명의 도박 개설장소가 일부 주택가에까지 독버섯처럼 번졌다. 여기엔 남성들뿐만이 아니고 여성들조차 도박에 중독된 주부들이 적잖아 부부싸움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전문 도박꾼들이 아니어도 오락을 빙자해 도박이 생활화 되다시피 한 우리 사회 특유의

병리현상은 우려스런 점이 많다. 이사간 집의 입주를 축하하는 집들이, 돌잔치나 생일축하 자리, 심지어는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식탁이 차려질 때까지의 짧은 시간에도 고스톱 화투판을 벌이는 것을 곧잘 볼 수가 있다.

외국의 공항에서 비행기 시간이 늦어지면 일본 사람들은 책을 보고 우리 나라 사람들은 공항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고스톱을 친다는 말이 외국인 여행객들 입에서 나올만큼 심화한 도박 중독증은 실로 부끄러운 풍조다. 흔히 재미로, 심심풀이로 화투를 친다고들 말한다. 돈을 잃어서 기분좋을 사람은 있을 수 없다. 내가 돈을 따면 돈을 잃은 상대가 있다. 돈 잃어 기분이 나쁜 상대가 누구이든 그것이 단순히 오락이나 심심풀이일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하물며 친구간에 친인척간에 오락이란 이름의 돈놀음을 벌이는 것은 윤리에 관한 문제다.

어떤 형태의 화투판이든 도박은 철저히 추방돼야 한다. 이번 설 연휴기간에도 으레 명절때면 그러했던 것처럼 고스톱판이 또 성행할 것 같다. 세 사람만 모였다 하면 화투짝을 찾는 못된 습성은 처음엔 백원짜리 동전으로 시작하여 천원, 오천원, 마침내는 만원짜리 지폐가 불티나게 된다. 원래 노름꾼은 본전 찾을려다가 망한다고 한다. 도박을 아무리 잘 해도 도박으로 잘 되는 사람은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도박의 폐해다. 나중엔 사람마저 추해 보이게 만드는 게 도박판이다. 아예 화투짝을 손에 쥐지 않으면 영원한 본전이다. 채신머리도 잃지 않는다.

생각하면 도박풍조의 만연은 잘못된 한탕주의 심리의 산물이다. 그리고 이의 중독 증후군은 심리적 이환이다. 자녀에게는 고스톱 따위를 치지 않길 바라는 애비가 자신은 고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면 습관적 병리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이의 금단현상을 결심으로 극복하는 게 일반적으로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화투판을 털고 일어날 때 쯤이면 돈 땄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잃은 사람뿐이다. 모처럼 설명절 연휴에 만난 사람들끼리 돈 잃고 기분 좋지 않은 자리를 굳이 가질 이유가 없다. 고스톱 판을 갖지 않는 좋은 연휴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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