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담

설 연휴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부모형제, 친인척, 선후배, 친지 등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반가운 얼굴들을 대하게 된다. 이러다 보면 삼삼오오 좌석을 갖는다. 이런 자리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게 있다. 자기 자랑이다. 남편 자랑, 아내 자랑, 자식 자랑, 돈 번 자랑, 지위 자랑, 자기 과시형 자랑 등 자랑도 가지가지가 나올 수 있다.

정초에 모처럼 가진 만남에서 자기 위주의 이같은 자랑은 남이 듣기엔 꼴불견이다.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겸손해야 한다. 팔불출같은 자기 자랑보다는 상대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좋다. 설 명절의 화두는 뭐니뭐니 해도 덕담(德談)이 제격이다. 상대에게 한 해의 소원성취를 발원하는 것이 덕담이다. 험담은할 수록이 나쁘지만 덕담은 할수록이 좋다.

생자(生子), 득관(得官), 치부(致富) 등이 덕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명(命)과 복(福)을 많이 타라…’노인들에게는 ‘더욱 건강하시고 편안하십시오…’하는 것도 덕담이다. 덕담엔 불확실한 기원보다는 기정 사실화 하는 덕담도 있다. 예를 들면 ‘올핸 장가 드십시오’하는 것 보다는 ‘올핸 장가 드셨다지요’하는 덕담이 있는 것이다. 어떻든 해서 좋고 듣기 좋은 것이 덕담이다.

고유의 미풍양속인 세초 덕담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언령(言靈)관념의 신비성을 따른 것이다. 쉽게 말하면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과 같다. 서로간에 좋은 말의 씨를 나누어 언령적 효과를 기대하고자 했던 것이 전래의 덕담인 것이다. 또 점복(占卜)관념이 깃들어 있기도 한다. 예컨대 장거리 집단 보행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장난삼아 하던 예전의 길장가에서 차례로 처음 만난 여인이 상대가 된 것으로 가정했던 것처럼, 세수에 처음 들려주는 좋은 말이 그 해의 신수로 치기 위해 덕담을 나누곤 했던 것이다.

덕담은 또 처음 한 두마디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한 자리에서 계속하는 이야기 가운데서도 덕담은 얼마든지 더 나눌 수가 있다. 기분좋은 설명절 연휴에 굳이 덕담에 인색할 이유가 없다. 덕담이 오가는 복된 설 연휴를 지내면 우리 모두가 다 좋은 것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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