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校배정도 제대로 못해서야

경기교육청의 안일한 사고방식이 교육행정 전반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 수도권 5개 고교 평준화 지역중 부천을 제외한 수원·성남·고양·안양권 등 4곳의 올 고교 신입생 배정이 발표 하루만에 취소된 것은 무사안일한 교육행정의 또 하나의 본보기다. 배정취소의 직접 원인이 컴퓨터 프로그램의 잘못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도교육청이 확정 발표 전 이상유무 점검을 소홀히 한 책임은 면할 수 없다.

고교 평준화 지역의 학교배정이 학부모와 학생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 중의 하나인데도 도교육청이 확인 점검과정을 거치지 않고 발표한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업무처리가 이 지경이니 도교육청의 행정수행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3월 컴퓨터 배정 프로그램 개발을 업체에 의뢰한 뒤 500여차례의 모의실험을 했으나 프로그램의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다. 개발의뢰 업체에 교육청 전산전문가를 배치하지 않고 일선 교사 한 명만 파견시켰으니 점검과정이 애초부터 구조적으로 허술할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배정발표 당일인 8일 오후까지도 컴퓨터 오류를 모른 채 ‘학생들이 희망하는 고교에 배정된 비율이 85∼95%’라고 자랑하다가 학부모들의 항의전화를 받고서야 잘못을 파악했다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업체 선정과정도 미심쩍다. 도교육청은 공개입찰을 통해 프로그램 개발업체를 선정했으나 낙찰가는 예상가(8천830만원)에 훨씬 못미치는 6천670만원이었다. 이렇게 저가로 낙찰된 업체는 그러나 교육관련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실적이 전혀 없는 업체였다. 덤핑낙찰 때문에 프로그램이 부실해졌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 또 고교 평준화 방침 결정이후 1년이상의 기간이 있어 사전에 충분히 시간을 갖고 적격업체를 선정했어야 함에도 공고후 1주일만에 낙찰을 결정하는 ‘긴급입찰’을 택하게 된 경유도 의아스럽다. 당국은 이런 점들을 철저히 규명해 관계자들을 엄중문책해야 할 것이다.

도교육청은 설 연휴기간 오류를 수정, 14일 재배정키로 했던 계획을 다시 16일로 연기했다. 학사일정의 차질은 물론 재배정 작업이 현재의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그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학부모들의 불신과 불만이 증폭되지 않도록 재배정 작업을 한층 완벽하게 해야할 것이며, 프로그램 내용과 재배정 과정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 또 학사일정 차질로 인한 신입생 피해가 없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함은 물론 이같은 행정착오가 재발되지 않게 고교배정 작업과정을 효율적으로 감독 점검할 제도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