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니 50년이다. 날짜로는 약 1만8천250일이 된다. 그동안 피운 담배가 하루에 보통 한 갑 꼴이니 1만8천250갑이다. 담배 한 갑에 든 스므개비의 개비당 길이가 8.5cm, 한갑을 잇댄 길이는 약 170cm다. 그러니 50년동안 피운 담배를 한 줄로 잇대면 31.025km 쯤 될 것이다.
담뱃값은 얼마나 될까, 담뱃값이 오르기 전까지 피운 ‘마운트’1천500원을 불변가격으로 쳐 1만8천250갑의 담뱃값이 2천7백37만5천원이다. 50년동안 가까이 한 기호품 값 치고 적다면 적다 할 수 있고 많다면 많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토록 좋아한 담배를 끊은 것은 누구 말처럼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다. 윈스턴 처칠은 눈만 뜨면 여송연을 입에 물고 살면서도 아흔살을 넘겼다. “굳이 담배를 끊으면서까지 오래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처칠같은 철저한 애연가는 못 돼도 담배 유해설에 비교적 대범했던 것은 인명은 재천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며 이같은 생각엔 지금도 다름이 없다. 아는 분들 중에는 건강을 위한다며 담배 끊고 술 끊은 이들이 먼저 작고한 분이 적잖다.
끽연권 보다는 혐연권이 우선하는 애연가 천대의 사회풍조 변화에도 견딜 수 있었다. 그 어디엘 가도 담배 피우는 사람은 구박받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좋아했던 담배를 마침내 끊게 된 것은 정부의 처사가 더는 참을 수 없을 만큼 치사했기 때문이다.
담뱃값을 불과 1년도 안돼 세번이나 올리는 횡포는 애연가들을 봉으로 취급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미 니코틴 중독이 돼 있으므로 담뱃값을 아무리 올려도 계속 피울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배짱인 것이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 벌이는 금연운동이란 것 역시 병주고 약주는 것 같아 웃긴다. 지방세입에, 건보재정에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는 게 애연가들이다. 기왕 자존심이 상해 50년 담배를 끊긴 했지만 더는 다른 애연가들의 분노를 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또 하나, 담배 피우는 사람을 무슨 이상한 사람 취급해대는 정부의 시책은 자가당착이다. 국민건강을 그토록 염려해대는 게 진정이라면 담배 세입을 포기하고 차라리 마약류로 분류처리해야 할 것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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