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韓美의 대화요구에 응하라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간 한미 정상회담은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발언 이후 난기류에 휩싸인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미국측의 잇단 대북 강경발언 이후 한미간 대북정책을 새롭게 조율, 그간의 햇볕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문제 등을 대화를 통해 풀어 나간다는데 의견을 같이함으로써 일반의 우려처럼 한반도에서 전쟁 등 돌발사태 가능성을 차단한 것은 그 의미가 대단히 크다.

더욱이 부시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는 물론 도라산역 방문 연설에서도 ‘악의 축’과 같은 강경발언은 자제하면서 북한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으며 오로지 방어적 차원에서 말하는 것’이라면서 그동안 한껏 높였던 발언수위를 낮추는 등 북한에 대한 강경입장을

완화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유연한 자세로 북측에 대화를 요구하면서도 북한의 태도에 대해 ‘북한이 아직 한국의 햇볕정책을 수용하지 않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북한은 투명하지 않고 주민들을 굶주리도록 방치한 채 대량살상 무기를 계속 만들고 있다면서 북한정권이 주민들에게 애정을 보일 때까지 김정일위원장에 대한 의견은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대북 불신감을 거듭 밝혔다. 이는 앞으로 한미 양국이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음을 의미한다.

또 WMD 문제는 북미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구체적 해결방법에 대해선 실질적으로 논의하지 못했다. 북한정권에 대한 한미간 기본시각과 북한의 태도변화 가능성 등에서도 시각차가 남아 있어 향후 한반도 정세는 북한의 대화호응 여하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에 대한 한미간 시각차를 좁히는 일에 계속 힘을 기울여 한미 공조기반을 더욱 다져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 또한 9·11 테러사건 후 WMD 및 현존하는 군사적 위협가능성에 대한 미국과 세계의 인식이 크게 바뀌었음을 알아야 한다. 달라진 국제정세를 직시하고 이제 대화에 응하는 변화된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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