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수원역 부근에서 발생한 전동차와 전철보수열차의 추돌사고는 이 역시 평소 사고 요인을 안고 있던 후진국형 불상사다. 전철보수열차에 들이받힌 전동차 마지막 객차가 탈선, 승객 3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등 1천명 가까운 승객이 선로를 따라 수원역으로 500여m를 도보 이동하는 소동을 빚은 것은 불행하나 어떻게 보면 이 정도의 사고로 그친
것을 불행중 다행으로 보고자 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사고 원인을 당시 짙게 깔린 안개 탓으로 보는 관점은 다만 참작 상황일뿐 직접적 원인은 될 수 없다. 이미 통과신호에 따라 운행한 보수열차가 갑자기 앞에 서 있는 전동차를 발견한 사실은 자동제어 신호체계에 오작동 등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 1호선 전동차 운행에 가장 문제가 돼 왔던 것이 하행선의 수원역 진입 대기다. 이번에 추돌당한 전동차도 경부선 열차 통과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가 변을 당했다. 화서역을 지나 서호부근에 이르면 으레 수분씩 대기하기 마련인 것이 하행선의 수원역 진입 실태다. 전철보수 열차가 추돌했기에 망정이지 만약에 시속 120∼150km로 달리는 열차가 추돌했다고 생각하면 상상만해도 모골이 송연하다.
물론 이러한 추돌사고는 잦은 게 아니다. 하지만 수년, 수십년만에 한번을 일어나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철저히 미리 봉쇄해야 하는 것이 안전대책이다. 철도당국이 안전대책에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은 전동차의 수원역 진입에 개선을 외면해온 것만으로도 능히 알 수 있다. 예컨대 수원역에서 서울 등 상행선 아침 전동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전동차의 진입노선 시설미비로 3·4호 플랫폼중 어느 곳으로 들어올 지 몰라 그때마다 갈팡질팡 하는 혼잡을 빚는다. 이런저런 불편을 없애는 시설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1천억원대로 추정되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런대로 넘어오다가 결국 추돌사고를 내고 만 것이다.
또 하나의 사고요인으로 꼽히는 자동제어 신호체계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아져 철저한 원인규명과 함께 완벽한 안전대책이 세워져야 하는 것이다. 1호선은 천안까지 연장공사가 진행되고 수원역사는 선상역사로 신축되고 있다. 그렇다면 수원역 구내 시설도 이에 걸맞게 모든 시스템이 보완 확장돼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번 추돌사고 같은 불상사를 근원적으로 막는 안전대책이 바로 이에 있음을 철도당국은 깊이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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