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엊그제 가진 정기총회에서 ‘법에 의하지 않은 부당한 정치자금은 제공하지 않겠다’고 한 선언은 평가할 만하다. 이 자리엔 회장단과 250여 회원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2002년 전경련 총회에 즈음한 기업인의 결의’형식을 통해 이같이 밝힌 선언문은 ‘경제논리가 정치논리에 의해 외곡됨으로써 정책혼선과 경제불안이 재연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아울러 지적했다.
전경련의 부당한 정치자금 거부, 경제논리 외곡에 대한 일종의 경고는 오는 6월 지방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이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어지럽히는 이익집단의 무리한 과다요구,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 남발 같은 것도 물론 자제돼야 한다. 잘못된 고비용 정치구조를 개선, 돈 안드는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서도 재계의 결의는 정치권이 겸허히 수용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재계 스스로의 정치권 유착이 없지 않았던 과거의 관행적 사실에 비추어 부당한 정치자금 거부결의는 자체의 자정의지가 또한 담겨져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정치와 경제가 함께 타락했던 것이 이른바 정경유착이었으며, 이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처럼 좀처럼 청산되지 않은 준공식 부패화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의 폐해는 결국 국민경제의 손실을 가져왔다. 또 정치와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족쇄로 작용된 것 역시 사실이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진실로 재계의 결의가 지켜질 지 솔직한 생각으로 의문시 되는 것은 예컨대 ‘정권 보험료’의 유혹같은 걸 과연 뿌리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인 것이다. 정권따라 부침이 심했던 국내 재벌이 적잖다. 경제논리가 경제논리대로 가지 않고 정치논리로 외곡된 책임은 비단 정치권뿐만이 아닌 재계 또한 책임이 없다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으로 하여 부당한 정치자금의 거부가 무엇보다 이행될 수 있는 실천환경이 중요하다고 믿어 이의 후속 대책이 의당 있어야 할 것으로 안다. 단순히 결의로만 가능한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관련 법률을 고쳐서라도 정치자금 규모를 조정하고 제공의 투명성을 담보해 보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 방안이 무엇인가는 재계와 정치권이 알아서 협의할 일이다. 어떻든 전경련의 그같은 결의는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의 법률적 도덕적·판단의 시금석이 된다고 보아 추이를 주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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