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침착하게 일 하라

사상 초유의 고등학교 배정 취소와 재배정으로 물의를 빚은 경기도교육청이 또 잘못을 저질렀다. 자녀들의 학교 배정에 불만을 품은 고양시 일산지역 학부모들과 전학을 허용하되 학생들이 기피하는 특정 고교를 전학대상에서 제외시키겠다’고 합의를 했다니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노릇인가. 지난 19일 ‘재배정에서 덕양구로 진학하게 될

일산구 학생의 경우 일산구내 10개 고교 중 자신이 원하지 않는 1개교를 제외한 9개교를 대상으로 다시 전학 배정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의 교육국장 직무대리가 서명한 것으로 알려진 이같은 합의서는 도교육청이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해 온 원거리 통학불편에 따른 전학원칙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어서 앞으로 확산될 파장이 심히 걱정스럽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하지 않는 이른바 ‘기피학교’에 전학 배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면 도교육청 스스로 평준화를 깨뜨린 셈이다. 더군다나 소위 기피고교라는 이유만으로 전학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까지 크게 흔들린 내용이어서 도교육청의 대응 능력이 더욱 실망스럽다. 그런데도 도교육청은 지난 22일 전학허용 기본원칙을 발표하면서 평준화원칙 준수, 원거리 전학방침을 강조해 지역합의와는 전혀 다른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도교육청이 지난 21일 구역내 원거리 배정 구제를 요구하며 항의하는 고양 세원고와 A고교, B고교 등 학부모들과 이들 3개교 중 1개교를 제외한 나머지 9개교를 대상으로 재배정에 또 다시 합의, 학부모들의 요구에 원칙없이 대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면합의가 없었다 하더라도 형평성을 요구하며 안양권이나 성남 등지도 비슷한 주장을 펼 것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학교 배정에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집단행동을 자제해온 상당수의 학생·학부모들이 반발할 경우 지금까지의 모든 협상이 백지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부디 침착하게 직무에 임하기 바란다. 고교 배정 취소 파동과 교육감 사퇴 등으로 내부가 매우 혼란스러울 것은 십이분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우왕좌왕 한다면 더욱 심각한 불상사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특히 학부모들의 요구에는 이번처럼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지 말고 확고한 방침을 제시, 공감을 얻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태로 나간다면 아무래도 정부차원의 관리가 있을 것 같다. 하루 빨리 도교육청 자체적으로 근본 해결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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