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장갑의 마술사’란 말을 듣던 야구감독이 있었다. 몇 해 전 고인이 된 김동엽씨다. 빨간 장갑을 낀 그의 요란한 사인이 신출귀몰한 작전을 구사한다 해서 야구기자들이 붙인 별명이었다. 프로야구 MBC 청룡팀 감독을 지냈다.
그가 오심에 대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물론 자신의 심판 체험담이다. “아웃!하고 말이 나가는 순간, 세이프인데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왕 내친 김이기 때문에 “아웃! 아웃 아웃!”하고 큰 모션과 함께 여운을 길게 뿜으면서 불만이 가득찬 눈으로 치켜떠보이는 주자의 눈을 부릅뜨고 내려다 본다는 것이다. 그래야 어필을 해도 방어의 기선을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엽씨의 경우는 오심이 과실일 때를 말한다.
일부러 하는 오심도 있다. 일본서 열리는 월드컵배구대회에서 이런 고의적 오심이 심했다. 자국팀과 이해관계가 있는 외국팀 경기를 일본심판이 주심을 맡으면 결정적인 대목에선 노골적으로 자국팀에 유리하게 판정을 외곡하기가 일쑤였다. 이에 항의하면 “아! 그렇습니까”는 말로 허리를 깍듯이 굽혀 사과하는 척 하지만 심판대에 올라가면 다시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이를 비난하지 않는다.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천500m에서 김동성의 금메달을 실격판정으로 빼앗아간 미국의 전국지 USA투데이 등은 ‘심판 판정은 정확했다’고 옹호하고 나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스포츠중재재판소는 또 ‘경기장내 결정은 경기외적 영향을 미친 객관적 증거가 없는한 심판의 고유권한’이라며 우리 대표단의 제소를 기각했다. 스포츠중재재판소의 결정은 뇌물수수나 사전공모의 증거가 없는한 심판의 판정에 관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또 악법도 법인 것처럼 오심도 판정은 판정이라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김동성의 금메달 피탈은 유난히도 심했던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판정 시비의 희생이다. 억울하고 분한 일이지만 아무래도 금메달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한가지 알아 두어야 할 것은 있다. 강한 나라는 오심의 희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강한 나라가 돼야 한다.
/白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