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축대붕괴 등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계절이다. 하지만 관계당국은 어수선한 사회분위기 탓인지 해빙기 사고방지 안전대책에는 전혀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다. 특히 하루 수천 수만대의 차량이 통행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국도와 지방도로변의 절개지 곳곳이 균열되면서 낙석이 발생, 산사태 위험이 있는데도 제대로 손을 쓰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 참으로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낙석 및 산사태 위험이 도사린 절개지는 도내 곳곳에 널려 있으나 특히 경기북부지역이 많고 위험상태도 심각하다. 남양주시 양지∼금곡간 도로 양지리의 절개지는 안전망이 설치돼 있으나 언 땅이 녹으면서 토사가 흘러내리고 있으며, 균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양주군 양주읍 삼송리의 어약고개 절개지는 아예 안전망이 설치되어 있지도 않다. 또 확장·포장공사가 진행중인 파주시 통일동산 진입도로변 절개지 곳곳도 금이 가 있다. 이밖에 가평읍 이화리와 금대리지역 절개지, 그리고 가평∼양평간 국도 등 신설 도로변 절개지들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경사지에서 돌과 흙이 계속 떨어져 해토기나 보통비에도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1등급 취약지역이다. 수많은 차량들이 산사태 위험이 있는 국도와 지방도로를 그런 사실도 모른 채 통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 지금 이 시간에도 운전자들이 ‘낙석주의’표지를 보고도 ‘설마’하며 무심결에 통행하고 있을 것이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일이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내려 앉고 무너지는 대형 참사와 부산 횡령터널 입구 산사태 등 사고를 그렇게 겪고도 여전히 이런 안전불감증이 고쳐지지 않고 있으니 그저 한심할 뿐이다.
도로변 절개지 곳곳에서 이처럼 산사태 위험이 있는 것은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비탈면 경사를 완만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토목기술상 문제가 뻔히 있는데도 돈 때문에 무리하게 추진했다면 이는 마치 대형 사고가 나기를 기다린 꼴이나 다름없다. 당국은 언제 무너질지도 모를 절개지 공사를 무책임하게 강행한 공사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아울러 당국은 위험 절개지 시공회사의 부실공사는 없었는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설계·시공·감리 등 공사 전과정에서 어디에 부실이 있었는지 철저히 밝혀내 민·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보강공사에 드는 일체의 경비와 피해보상을 건설회사측에 부담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당장 시급한 것은 모든 위험요소에 대한 점검과 취약절개지에 대한 긴급보강공사에 나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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