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총재의 지도력

정권 쟁취에 도전하는 여소야대의 거야 총재 같으면 생각이 달라야 한다. 국량이 넓어 촌탁을 가늠할 수 없어야 하는 것이다. 진정한 정치지도력은 포용력이 진수이기 때문인 것이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이 점에서 박근혜씨가 탈당하게 이르도록 한 데 대해 지도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우리는 박씨를 두둔하거나 그의 정치 노선을 지지하거나 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총재가 또 그의 탈당을 대범하게 보아 넘긴다면 우리도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치명적 충격으로 받아들이면서 막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총재의 책임이다. 그렇다고 박근혜씨 탈당이 정치권이나 대선에 미치는 판도가 독보적 위치를 가질 것으로는 전망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몇십만표를 동원한다 하여도 박빙의 승부에서는 곧 승부의 요인이 된다고 보며, 이 총재도 이런 점에서 불안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정작 밝힌 것처럼 탈당을 막거나 탈당의 명분을 주지 않았어야 했다. 박근혜씨는 이 총재의 당 운영이 제왕적이라며 총재를 내놓은 상태의 대선후보 경선을 제의했고 총재가 끝내 이를 수락 하지않은 것을 탈당의 구실로 삼았다. 총재직을 지닌 채 경선을 고집한 이 총재가 결국 명분 싸움에서는 졌다고 보아야 한다. 정치적 실책이다.

지금의 한나라당 구도에서 대선후보 경선을 위해 이회창씨가 총재직을 잠시 내놓고 총재권한대행의 위임체제로 간다고 하여 당내 위치가 추호도 흔들림이 있을 것으로 보는 당 안팎의 판단은 있을 것 같지 않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무엇 때문에 자신감을 갖지 못했는지 궁금하다. 그만한 자신감 하나 갖지 못하는 범부같은 협량으로 어떻게 야당을 이끌며 정권쟁취에 나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는 비단 박근혜씨 탈당에 국한하는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만약 이회창씨가 총재직을 내놓은 경선에서 후보로 지명돼 대통령 선거에 나설 경우, 그렇지 않은 것과 비해 잘은 몰라도 훨씬 더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씨 탈당은 비단 그에 그치지 않는 연쇄파동의 우려가 예상되고 있다. 이회창 총재에게 이런 때일수록 필요한 것이 당 지도력이다. 강한 지도력은 절대로 위압에 있는 게 아니다. 화합에 있다. 이회창 총재에겐 지금도 늦지 않은 선택의 길이 있다.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는 그의 자질과 능력에 속한다. 지켜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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