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김근태 의원이 지난 2000년 8월30일에 실시된 최고위원 경선에서 불법선거자금을 사용했다고 고백하여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김의원은 경선 당시 5억3천8백여만원을 사용하였으며, 이중 2억4천5백여만원은 선관위에 신고되지 않은 불법 선거자금이라고 밝히면서, 이는 엄청난 정치자금을 소요되는 대통령 후보
경선을 바로잡기 위한 고해성사의 심정에서 털어놓게 됐다고 했다.
이번 주말인 9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실시되고 있는 민주당 경선과 관련하여 각 후보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국민적 관심사이다. 경쟁 후보간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잘못하면 후보자 자신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불법 선거자금을 사용하였다고 고백한 김의원의 용기에 대하여 찬사와 격려를 보내며, 이를 계기로 깨끗한 정치풍토 조성이 마련되기 바란다.
현재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한 후보자들은 어느 누구든 불법 선거자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있었던 TV 토론에서 각 후보자들은 선거비용을 공개하겠다고 하였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못한 상황에서 김의원이 자신의 불법성을 고백한 것은 법의 처벌 유무를 떠나서 용기있는 정치인의 자세라고 평가한다. 이번 김의원의 고백성사가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고비용 정치와 정치자금의 운용구조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재 대선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후보자들 모두가 사용하고 있는 막대한 선거자금을 김근태 의원처럼 공개하여야 한다.
김의원은 본인 스스로 불법 선거자금을 사용하였다고 밝혔으므로 정치적 판단과는 별개로 중앙선관위나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 김의원 자신도 고해성사를 정치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검찰이나 선관위 조사에 응하여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정치권은 대선 경선을 비롯한 각종 선거에 있어 공영제 확대, 정치자금 실명제 도입, 엄격한 정치자금법 운용 등과 같은 정치자금 개혁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정치인 스스로 관행을 이유로 구시대적 정치유물을 청산치 못하면 김의원의 고해성사는 한낮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김의원의 고해성사가 다른 정치인에게 파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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