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선거폐습이 또 다시 도지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쏟아져 나오는 선거구민과 이익집단의 억지민원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외없이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현역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상당수가 재출마 할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사상 처음 지역별 후보경선이 본격화되면서 각당 도지부 및 선거캠프에는 취직부탁, 이권해결 등 개인적인 청탁과 주민들의 집단이기주의에서 비롯된 무리한 민원들이 넘쳐나고 있다.
출마 예정자들의 상대방 헐뜯기와 선거브로커들의 금품요구 등으로 벌써부터 선거분위기가 타락조짐을 보이고 있는 터에 선거구민들의 이같은 비뚤어진 의식이 가세되어 더욱 추하게 혼탁해지는 느낌이다. 민원 중에는 전철 조기착공과 육교설치 등 주민들의 숙원사업으로 그 요구내용이 합당한 것도 없지 않으나 거의가 합법적인 해결과 조치가 불가능한 그린벨트 해제 대상지역의 보상가 상향조정이나 아파트 인접 병원을 혐오시설이라며 옮겨달라는 등 개인 및 집단이기주의적인 억지민원이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는 왜 나만 불법 주차스티커를 발부하냐는 사례도 있다.
이같은 억지민원들은 표에 약할 수밖에 없는 출마 예정자들의 초조한 심리상태를 악용, 해결해 보려는 유권자들의 얕은 의식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현역 단체장이나 출마 예정자들은 민원을 등한시 한다는 나쁜 소문이 번질 것을 우려, 함부로 거절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니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유권자들의 의식을 이렇게까지 만든 원인은 당장 표 모으기에만 정신팔려 온갖 즉흥적 선심과 황당무계한 공약을 남발해 온 후보들의 잘못에도 있지 않나 여겨진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정당 사무실에는 이같은 억지민원 말고도 친목관광 등 경비를 보조해 달라는 요구도 많다. 이같이 저질스런 유권자들의 요구는 매표(買票)행위와 다를바 없는 것으로 선거를 모독하고 민주주의를 파기하는 범법행위가 아닐 수 없다.
불법·탈법사례를 감시·고발해야 할 유권자들이 오히려 예비 후보들에게 손을 내밀고 합법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민원을 표와 연결시켜 흥정을 한대서야 어찌 깨끗한 선거풍토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는 지방선거와 대선의 후보경선을 통해 선거혁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작금 벌어지고 있는 혼탁한 선거풍토가 개혁되지 않고는 우리가 바라는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질 수 없으며 민주체제 그 자체가 정통성을 지킬 수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유능하고 도덕성 강한 지역일꾼을 뽑아 참된 지방자치를 구현하고 이를 향유하려면 유권자부터 올바른 의식과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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