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무엇일까, 심상치 않다. 여느 때답지 않은 많은 말을 했다. ‘정치인들은 정당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요청해 달라’(손길승 SK회장·2월1일) ‘불법적이고 부당한 정치자금은 내지 않겠다’(전경련회장단회의·2월8일) ‘재계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지하는 후보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손병두 전경련부회장·2월8일) ‘경총과 회원사들은 부당한 정치자금을 내지 않겠다’(김창성 경총회장·2월21일) ‘불법적이고 불투명한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전경련총회·2월22일) ‘대선후보들의 공약이 시장경제 육성에 도움이 되는지를 평가하겠다’(경제5단체장·3월4일)
정치자금과 시장경제 문제로 요약된다. 두 가지 모두 재계의 주장 자체를 반박할 이유는 없다.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검은 정치자금 제공에 재계가 마치 일방적인 피해자인 것처럼 말한다면 사회정서에 배치된다. 재계 일각에서 검은 정치자금의 자진 제공을 즐겼던 과거가 있다. 재계 스스로도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경제는 자유민주주의의 윤리다. 그러나 불행히도 과거의 시장경제는 흐름이 왜곡되기 일쑤였다. 이에 재계가 또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우려스런 점은 재산권의 개념에 대한 반론이다. 헌법은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경제질서 기본조항이 시장경제에 반한다는 일부의 견해까지 나오는 것은 유감이다. 소유권의 19세 개념을 지닌 재계 인사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젠 정치권이 재계 눈치를 보아야 하는가, 아니다. 재계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게 잘못된 것처럼 정치권이 재계의 눈치를 보는 것도 잘못이다. 재계가 정치권에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좋다. 하지만 정치단체화는 제 몫이 아니다. 경제단체의 정치화를 경계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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