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가뭄이 극심하다. 겨울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안성 등 일부 지역 주민들이 식수난을 겪고 있고, 하천들이 바닥을 보이면서 월동 밭작물도 타들어가고 있다. 엊그제 일부 지역에 눈비가 흩날렸지만 흙먼지를 잠재우기에도 부족했다. 올 봄엔 황사가 잦고 지난해에 이어 봄가뭄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가 진작 나와 있지만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가 아직까지 가뭄대책상황실도 설치하고 있지 않다니 개탄이 절로 나온다.
기상청 예보로는 4월가서도 흡족한 비를 기대할 수 없다. 비를 기다리는 농민들의 탄식이 커져가고 있으나 비소식은 가물가물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저수지 물도 메말라 앞으로 모내기 차질은 물론 식수와 공업용수도 걱정이다. 문제는 이같은 봄가뭄이 연례화 되다시피 반복되고 있는데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물대책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올해도 도 당국은 가뭄지역에 소형관정 940곳을 개발하고 142곳에 하천굴착 및 보설치 등 고식적인 응급조치만을 내놨고, 정부 또한 간이 양수시설 확보 등 재해대책비로 275억원을 배정한 정도가 고작이다. 지난해에도 이같은 임시변통식 대책으로 일관하다 다행히 비가 내리니까 또 한 고비를 넘긴 듯 지나치고 말았다. 이런 식으로 미봉만 해온 물대책 때문에 장마철에는 어김없이 홍수피해로 난리를 겪고 갈수기에는 가뭄소동으로 애를 태운다.
왜 물문제의 근본대책은 없이 연례행사처럼 홍수와 가뭄파동이 되풀이 되고 있는가. 강수량이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풍부한데도 늘 물부족국가로 남아있는 것은 순전히 우리의 치수능력 부족 때문이다. 한국의 연평균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3배에 이르지만 강수량이 여름철에 집중돼 대부분 바다로 흘려보내고 이용되는 물은 24%에 불과하다. 이것이 우리의 부끄러운 치수능력의 현주소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은 물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공급을 늘리는 길 뿐이다. 수요관리와 절약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은 스스로 한계가 있다. 강수량의 10%만 지금보다 더 저장할 수 있어도 물문제의 근본해결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의 난개발로 인해 지하수도 이미 고갈상태에 이르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 물관리의 기초는 역시 강수관리에 있다고 본다. 환경훼손을 최소화 할 체계적인 소형 댐건설 확대와 종합적인 수계·수자원관리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치수는 국방 치안과 함께 국가행정의 기본으로 어느 것보다 우선해야 할 국가과제임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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